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삼성디스플레이와 일본 캐논토키의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 가격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내면서 내년 1분기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조만간 공급 계약을 마무리 짓고 파일럿(시험) 생산라인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공정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캐논토키의 OLED 증착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규모는 1조원에서 2조원 사이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로 내세운 내년 1분기 IT용 OLED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착 공정이란 진공 상태에서 유기 재료를 가열해 패널 기판에 부착하는 것으로 OLED 패널 생산에서 필수 공정이다. 증착 방식은 크게 수평 증착과 수직 증착으로 나뉘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수평 증착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IT용 OLED 분야에서 최대 수요처인 애플이 수평 증착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존 6세대 OLED 공정에 적용됐던 수평 증착 기술이 8세대에서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패드, 맥북 등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기반 제품에 OLED 채용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IT용 OLED 패널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아이패드, 맥북의 OLED 채용과 함께 다른 전자업체들의 OLED 패널 채용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애플이 선호하는 수평 증착 방식의 OLED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비사가 일본 캐논토키뿐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캐논토키가 8.6세대용 OLED 증착기 가격을 크게 인상하고 나서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비투자 부담을 높였다. 앞서 캐논토키는 OLED 증착기 가격을 1대당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캐논토키는 지난 수년간 아이폰용 OLED 패널 생산 과정에서 검증된 장비를 애플이 선호하는 점을 간파해 무리한 가격을 고수했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상을 거쳐 가격대를 일정 수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국내 협력사인 HB솔루션, 아이씨디, 필옵틱스, 힘스, 케이씨텍, 에프엔에스테크 등에 OLED 장비를 발주했다.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증착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비 발주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4월 충남 아산 제2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을 통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오는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기존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6세대급에서 8.6세대급으로 확대하고, 패널 생산을 연간 10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