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다 검찰에 구속된 삼성전자 전 임원이 과거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 부활을 주도하며 ‘구국의 영웅’으로 불렸던 최모(65)씨로 드러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12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전 임원 등을 포함한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공정 설계, 생산시설 환경과 관련한 핵심 정보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최모씨의 경우 한때 위기에 내몰렸던 SK하이닉스 D램 사업의 부활을 주도했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8년 간 근무한 D램 공정 설계 전문가다. 이후 2001년에 SK하이닉스로 넘어가 당시 수율 문제를 골치를 앓던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공정을 선진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모씨는 SK하이닉스에서 2003년 메모리생산센터장, 2005년 메모리제조본부장을 역임하며 당시 낡은 생산장비들로 삼성을 뛰어넘는 D램 수율을 달성하는 ‘마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6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저 제조원가, 최고 생산량 확대 등의 기록을 세우며 ‘수율의 달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09년 ‘제2회 반도체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경력도 있으며 한국공학한림원과 서울대학교가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 등 외국 기업에 매각될 위기에 빠졌을 때도 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필하며 주채권은행을 설득해나갔던 공로도 있다. 당시 최모씨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부행장을 직접 찾아가 반도체 공정이 그려진 도표를 꺼내 펼쳐 보이며 설득하는 등 하이닉스가 한국 기업으로 남아있는 데에도 공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오래 근무한 엔지니어들 중에서 최모씨의 이름을 못들어본 사람이 없다”며 “그만큼 D램 공정 설계와 관련한 많은 부분들의 토대를 세운 반도체 원로가 중국에 이 기술을 넘기려고 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