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워치6 클래식 모델(추정)의 캐드(CAD) 기반 렌더링 이미지./IT 팁스터 ‘온리크스’ 트위터

삼성전자가 오는 7월 말 서울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언팩’을 열고 새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전망이다.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부동의 1위 애플과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신흥 인도 브랜드 파이어볼트에 밀린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6′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수면 측정 기능을 비롯해 건강 관리 기술을 대폭 늘리는 ‘손목 위 주치의’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방침이다.

8일 미국 IT 전문매체 샘모바일 등에 따르면 차세대 갤럭시워치 시리즈로 추정되는 웨어러블 기기 2종(SM-R930, SM-R940)이 최근 출시 최종 관문으로 불리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통과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6 시리즈로 갤럭시워치6와 갤럭시워치6 클래식 모델 2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7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언팩을 열고 해당 시리즈를 소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워치6 시리즈로 떨어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은 애플(26%), 파이어볼트(9%), 삼성전자(9%) 순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 역시 9%를 기록했지만, 파이어볼트가 미세하게 앞섰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3위로 내려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 대비 줄긴 했지만, 애플과의 격차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애플과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43%, 8%였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기능 강화를 통해 반격을 노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 갤럭시워치용 ‘불규칙 심장 리듬 알림(IHRN)’ 기능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IHRN은 갤럭시워치 시리즈에 탑재된 ‘바이오 액티브 센서’로 심방세동(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측정되는 부정맥의 일종)을 감지하는 기능이다. 혈전, 뇌졸중, 심장마비 등의 징후를 미리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 30일 미 원격의료 솔루션 기업 하트빔과 전략적제휴계약(SAA)을 맺고 하트빔의 심혈관 질환 증상 모니터링·진단에 대한 기술 및 지식을 자사 웨어러블 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 갤럭시워치5 시리즈에 ‘피부 온도 기반의 생리 주기 예측’ 기능을 적용하기도 했다. 생리주기에 따라 변하는 이용자의 피부 온도를 분석해 배란일과 가임기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혈액 채취 없이 레이저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능도 향후 갤럭시워치 시리즈에 탑재할 예정이다. 2019년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관련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지난해 삼성벤처투자(SVIC)를 통해 비침습 혈당 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한 독일 스타트업 디아몬드테크가 추진한 500만달러(약 65억원) 규모 펀딩에도 참여했다.

혼 팍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상무)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삼성 헬스'의 비전 및 갤럭시워치 전략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건 수면 관리 기능이다. 혼 팍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상무)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월 기준 갤럭시워치 수면 기능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며 “‘삼성헬스(삼성전자의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의 미래 전략은 ‘수면’에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워치 시리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삼성헬스는 이용자의 수면 패턴과 산소포화도, 심박 수 등을 분석해 수면무호흡증 등의 징후를 알려준다. 매월 전 세계 6400만명이 이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모바일 제품과 생활가전 제품을 연동하는 ‘스마트싱스 솔루션’을 통해 슬립테크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은 오는 2026년 321억달러(약 4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팍 상무는 “삼성헬스의 사업 모델은 현재 무료지만, 알고리즘 고도화로 예측력이 상당히 높아졌을 때 구독형 프리미엄 유료 모델 출시를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신규 헬스케어 기능을 결합한 갤럭시워치6 시리즈의 성패는 삼성전자 ‘텃밭’인 한국 시장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시장은 ‘비대면 진료 금지’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 갤럭시워치가 측정한 데이터를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IHRN 기능도 미국에선 의료 현장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있다. ‘기업이 대거 확보한 이용자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이다. 팍 상무는 이에 대해 “고객들은 우리가 옳은 일을 할 것이란 신뢰로 제품을 구매한다”며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의하지 않은 데이터 공유나 사용은 핵심적인 금기다”라며 “데이터의 소유권은 사용자에게 있다. 우리 정책에서 벗어나는 데이터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이 없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시장의 성장세는 이미 꺾이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반쪽짜리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점 비싸지는 가격도 부담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전 모델 쓰는데 만족한다’ ‘저가의 스마트밴드로도 충분하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