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준프리미엄급’ 갤럭시S FE 시리즈와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동시에 부활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S23 FE에 엑시노스 2200의 후속작인 엑시노스 2300을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5일 미국 IT 전문 매체 폰아레나 등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측정 사이트 긱벤치에는 ▲2.60GHz 1개 ▲2.59GHz 4개 ▲1.82GHz 4개 등 총 9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가진 기기의 성능측정 데이터가 올라왔다. 모델번호는 SM-S919O다.
앞서 유출된 엑시노스 2300 정보와 동일한 ‘1+4+4′ 구조다. 또 다른 미 IT 전문매체 GSM아레나는 “코어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초기 제작 단계에 있는 모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라며 “코어의 성능보다는 구성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고 했다. 갤럭시S22에 탑재된 엑시노스 2200은 ‘1+3+4′ 구조로 구성됐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S24에는 ‘1+2+3+4′ 구조의 엑시노스 2400(가칭)이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재고 소진 등을 이유로 갤럭시S23 FE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X부문 재고는 20조19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갤럭시S23 FE는 갤럭시S23의 보급형 모델로, 기존에 있는 부품을 조합해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보급형 최상위 기종인 갤럭시A7 시리즈도 내놓지 않았다. 갤럭시S23의 가격을 전작 대비 올린 상황에서 ‘중간 제품’을 기대해볼만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초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 FE 시리즈를 단종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전작 갤럭시S21 FE가 흥행하지 못한 탓이다. 갤럭시S21 FE는 반도체 수급난 등의 문제로 출시가 미뤄지면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월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만 판매됐고, 같은해 2월에는 갤럭시S22가 나오면서 잊혀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FE도 내놓지 않았다.
갤럭시S23 FE의 출시 시점은 올해 4분기로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유럽 모델의 펌웨어 테스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펌웨어 테스트가 시작됐다는 건 내부 사양이 확정됐다는 뜻이다. 펌웨어 테스트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다만 미국 및 한국 모델의 펌웨어 테스트 소식은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2300과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AP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32%), 퀄컴(28%), 애플(26%), 유니SOC(8%), 삼성전자(4%) 순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4나노(㎚)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2200을 선보이고 갤럭시S22 일부 물량에 이를 탑재한 바 있다. 그러나 발열 및 성능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올해 출시한 갤럭시S23에는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탑재했다. 권혁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이 가능한 제품군을 갖추는 사업 전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플래그십 재진입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시리즈의 저변을 확대 중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올해 1분기 모바일 AP 출하량은 엑시노스 1280을 탑재한 갤럭시A53, 갤럭시A33, 갤럭시M33 등의 선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엑시노스 1380을 갤럭시A54에 탑재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AMD와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그래픽 설계자산(IP)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모바일 AP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를 공동개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후 엑시노스 2200에 엑스클립스를 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