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홀릭에 빠졌다. 네이버는 총 사업비가 1조달러(약 1330조원) 규모에 달하는 네옴시티를, 카카오는 향후 10년간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우디 관광 시장 공략에 나선다. 양사는 과거 1970~80년대 건설업계가 중동 붐을 누렸던 것처럼, 사우디에 IT한류를 전파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 방한해 네이버와 사업 논의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2030년 완공 목표인 초대형 스마트시티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와 사우디 국가 차원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사업 관련 MOU(업무협약)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체결한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MOU를 체결한 뒤에도 매달 한 번씩 사우디정부 관계자들이 방한해 네이버와 꾸준히 사업 논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빈 나세르 알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이 지난 9일 ‘제2회 한-사우디 모빌리티&혁신 로드쇼’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에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네이버 관계자들과 만나 사업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를 방문한 알핫산 알하지미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 인공지능청 제너럴 매니저가 로봇팔 앰비덱스와 악수를 하고 있다./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참여하려는 네옴시티는 서북부 사막에 있으며 서울의 44배 규모다. 사막 한가운데에 인구 900만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 ‘더 라인’의 사업비만 5000억달러(700조원)에 달한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시티로 구축하고, 공항·고속열차·드론 등을 모두 신재생 에너지로만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네옴시티 개발을 위해 ‘디지털트윈’ 기술을 제공한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공간이나 사물을 통째로 스캔한 가상세계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데 필요한 고정밀지도 구현부터 도시 모니터링, 환경 변화에 따른 시뮬레이션 등에 필요한 스마트시티 인프라 기술로 꼽힌다.

또 네이버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가 추진하는 ‘슈퍼 앱’도 개발한다. 슈퍼 앱은 사우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 서비스 앱이다. 이 앱을 통해 네옴시티에 구축되는 자율주행차, 로봇, AI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연동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핫플’로 변모 중인 사우디 관광 시장에 관심

카카오는 중동의 ‘핫플(핫플레이스)’로 변모 중인 사우디 관광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사우디관광청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사우디를 찾은 관광객은 9350만명, 총 관광 지출은 1850억 사우디 리얄(65조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대비 93% 증가한 수치다.

현재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려 수도 리야드를 중동 지역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운다는 목표다.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관광산업에 1조달러(약 1330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리야드 북서쪽 사막 한복판에 사우디판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조성하는 개발안도 포함됐다.

카카오가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과 사우디 관광 활성화를 위한 문화·결제·모빌리티·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카카오 제공

WTTC(세계여행관광협의회)에 따르면, 사우디 관광 시장은 10년 동안 매년 평균 11% 성장해 중동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오는 2032년 사우디 관광시장은 225조원 규모로 성장, 총 GDP(국내총생산)의 17.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지난 23일 사우디 관광청 관계자들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모바일 인프라 구축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카카오는 일본·싱가포르·중국 등 해외 결제 시장을 확대하는 카카오페이를 기반으로 사우디 관광객들을 위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카카오T를 활용한 사우디 내 카헤일링(차량호출) 및 차량 관제 시스템 인프라 고도화, 카카오톡을 활용한 현지 맞춤형 정보 공유 플랫폼 개발·비즈니스 지원 등 시너지를 모색한다.

다만 카카오는 아직 네이버와 달리 사우디 정부와 MOU 등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우디 관광청은 한국인을 포함해 해외 관광객을 사우디로 유치하기 위한 첨단 모바일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이제 논의를 시작한 단계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까지 참여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