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부터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쏘카(403550)의 주가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상장 당시 쏘카의 공모가는 2만8000원이었는데 1만5000원까지 떨어진 뒤 현재 1만6000원대로 거의 반토막났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반등할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쏘카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6% 증가한 397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쏘카는 2011년 설립됐고 2014년부터 공시를 하기 시작했는데 흑자를 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9년에는 적자폭이 716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147억원 적자, 2021년에는 210억원 적자였다.
업계에서는 쏘카가 올해 영업이익 뿐 아니라 순이익 측면에서도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쏘카는 국내 1위 카셰어링 사업자로 올해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대당 매출액이 확연하게 높은 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가동률 최적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일반 렌터카 사업자와 차별화된다”고 했다. 하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종가 기준 공모가인 2만8000원을 웃돈 적이 한 번도 없다.
애초에 공모가가 높은 수준으로 정해졌다는 게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쏘카가 처음에 제시했던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4000∼4만5000원이었다. 쏘카가 증권신고서에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곳은 우버, 리프트, 그랩, 고투, 버드 글로벌, 헬비즈, 오비고, 삼사라 등 10곳이었다. 이들 업체들은 물류, 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아우르고 있거나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플랫폼, 자율주행 솔루션 등이 주력인 곳들이다.
그런데 쏘카는 매출의 대부분이 카셰어링에서 나온다. 쏘카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영위하고 있는 사업으로 카셰어링, 플랫폼 주차서비스,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2020년까지 카셰어링이 100%였고, 2021년 98.9%, 2022년 96%에 달했다. 플랫폼 주차서비스 매출 비중은 1.2%,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2.8%에 불과하다. 비교 대상 기업들과 사업 유사성이 적은 부문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쏘카의 공모가는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2만8000원으로 정해졌는데, 기업 가치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논란 때문에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과 일반 공모청약에서 흥행이 부진했다. 의무보유를 약속한 기관이 거의 없어 우리사주(28만6300주·7.9%)를 제외한 기관 투자자·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 300만주 이상이 상장 직후 모두 풀리게 된 것이다.
사업 환경도 주가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여러 교통 수단을 하나의 단일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철도, 버스, 항공 외에 택시, 개인형 이동수단(PM), 수요응답형 버스(DRT), 도심항공교통(UAM) 등 모든 교통수단의 서비스를 통합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한국도로공사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시범사업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연말부터 서비스 시작한다는 목표다. 시범사업 기간은 2년으로 정해졌다.
문제는 쏘카 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그동안 해당 시장을 선점하고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쏘카의 경우 지난해 숙소와 액티비티 예약을 할 수 있는 ‘쏘카 투고(TO-GO)’를 선보였고, 이달에는 전국 2만5000개 호텔 예약이 가능한 ‘쏘카스테이’를 선보였다. 카셰어링 서비스를 중심으로 주차, 전기자전거 일레클, KTX 예매 등을 연계하는 ‘슈퍼앱’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MaaS 사업이 시작된다면 지금까지 들여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업종 특성상 고정비 지출이 많다는 점도 향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을 불러오는 부분이다. 차량유지비,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8%에 달한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쏘카를 장기간 이용하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없어, 소비자들을 불러들일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4시간가량 단거리를 이동할 때 잠시 사용하기에는 저렴하지만, 1박 이상 빌리기에는 렌터카 업체들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쏘카가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쏘카 앱에 유입되는 유저를 늘려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전략일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될 서비스와 증가하는 사용자 수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플랫폼으로써 경쟁력이 확인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