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음 달 ‘오픈랜(OpenRAN·개방형 무선접속망) 얼라이언스(협의체)’를 출범한다. 윤석열 정부는 오픈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민관 협의체 구성을 예고한 바 있다. 오픈랜 얼라이언스는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기능·성능 시험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기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연동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오픈랜은 6세대 이동통신(6G) 주도권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오는 6월 8일 오전 10시 광화문 인근에서 오픈랜 얼라이언스의 출범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광화문 일대를 유력 후보지 중 한곳으로 보고 장소를 물색 중이다”라며 “세부 안을 마련해 곧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오픈랜 얼라이언스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장비 제조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및 협회가 참여한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7월 발족한 오픈랜 얼라이언스 준비위원회 일원이 모두 참여하는 모양새다.
에릭슨, 노키아 등 외국 장비 제조사도 참여할 전망이다. 준비위 소속 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에릭슨 측은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이어서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국제 오픈랜 표준화 단체인 ‘오랜(O-RAN) 얼라이언스'에 이미 참여 중인 만큼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는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참여 계획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노키아 측은 “창립 회원사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오픈랜은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하나로 통일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하는 기술이다. 기존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의 경우 무선신호처리부(RU)와 분산장치(DU), 중앙장치(CU) 등 장비가 동일 회사 제품이어야만 연동이 가능했다. 이에 통신사들이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기업이 최근 오픈랜 표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5G 시장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내줬지만, 앞으로 열릴 6G 시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 표현이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관련 기술 및 표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오픈랜 얼라이언스 운영과 함께 통신 3사와 ‘장비 간 상호운용성 실증 행사(플러그페스트)’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국제인증 체계(K-OTIC)’도 구축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강소기업 20개를 육성할 방침이다.
오픈랜 얼라이언스는 우선 ‘가상화 기지국(V-RAN)’ 등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5G 특화망(이음5G) 또는 5G 상용망 일부 구간에 실증 단지를 구축해 수요처 확보까지 연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개별 기업이 오픈랜 기술을 검증해왔다. 오픈랜 도입 시 통신사는 장비 선택지를 넓히면서 인프라 구축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통신장비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로 확대 기회가 열린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터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픈랜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4% 성장해 2028년 231억달러(약 30조72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