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로고 뒤로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AFP연합뉴스

한국인들이 ‘토종 포털(네이버+다음)’보다 구글을 더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접속자 수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어 한국 인터넷 시장도 ‘구글 천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미국 마케팅조사업체 샘러쉬(SEMrush)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에서 PC와 모바일로 구글(유튜브 제외)을 찾은 누적 접속자 수는 6억6788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94% 증가한 수치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유튜브(37억2000만명)까지 합치면 지난달 누적 접속자 수는 약 43억명에 달한다.

반면 지난달 한국에서 네이버를 방문한 누적 접속자 수(PC+모바일)는 4억2137만명으로, 전년보다 2.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035720)가 운영하는 다음의 누적 접속자 수는 7675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6% 급락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누적 접속자 수를 합쳐도 약 5억명으로, 구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픽=정서희

이는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나 콘텐츠를 검색할 때 네이버나 다음보다 구글을 더 자주 사용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과 네이버·다음의 검색 엔진에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내세운다. 즉 블로그·카페·뉴스 등 자사 콘텐츠가 중심이 된 ‘폐쇄형 포털’이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를 넘어 커뮤니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개방형 포털’이다.

인터넷 생태계가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구글의 경쟁력이 강화됐다. 스마트폰 생태계를 애플 iOS와 양분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는 인터넷 브라우저 기본 검색을 구글로 설정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상 콘텐츠 시대에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K팝의 세계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과 비교해 별다른 수혜를 얻지 못했다.

네이버, 카카오

NHN데이터에 따르면 검색 점유율만 놓고 봤을 때 네이버와 다음은 2017년 각각 80%, 10%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각각 63%와 5%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구글은 9%에서 31%로 증가했다.

위기를 느낀 네이버와 카카오는 부랴부랴 검색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 검색 결과에서 AI 추천을 기반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탐색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오픈톡과 이슈톡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숏폼(짧은영상) 등 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로 분리했다. 다음 CIC는 검색,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IT업계 관계자는 “검색 시장이 챗GPT 등 챗봇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는 시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적응에 실패한다면 과거 라이코스나 야후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