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모습./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가 평택에서 증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3공장(P3) 설비투자를 늦추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요 반등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물량 수주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3 파운드리 라인 설비투자를 늦추며 올해 4분기 예정된 첫 제품 양산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올해 4분기부터 본격 가동이 예상됐지만 반도체 수요 부진의 골이 깊고 주요 IT 회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늦춰지고 있어 보수적인 접근을 택한 것이다.

평택 3공장은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함께 둘러봤던 반도체 라인이다. 삼성전자가 이 공장 안에 증설하는 파운드리 설비는 첨단 4나노(㎚) 공정이다. 연초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8000장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바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 전체 파운드리 생산량의 6~7%에 달한다.

앞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수요 침체 속에서도 선두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투자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을 내세우면서 라이벌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 1위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침 중에는 ‘셸 퍼스트’ 전략이 있다. 셸 퍼스트는 고객사가 칩 위탁 생산을 주문하기 전에 제조에 필요한 설비(클린룸)를 먼저 확보해 놓겠다는 것을 뜻한다.

경쟁사인 TSMC가 숨고르기에 돌입한 것도 삼성의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TSMC의 4월 매출은 1479억대만달러(6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다.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세웠다. TSMC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설비투자액을 전년(362억9000만달러) 대비 최대 12% 감소한 320억~36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빠르게 P3 라인을 구축해오던 삼성전자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반도체 시장 상황에 예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파운드리 라인의 경우 D램, 낸드플래시와 달리 고객사의 칩 주문에 의해 가동률이 결정되는 만큼 칩 수주 상황과 연관이 깊다.

한편 업계에서는 P3 파운드리 장비 반입 연기와 함께 D램 증설 규모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평택 P3 공장의 D램 라인 증설 규모 역시 당초 웨이퍼 기준 5만장 이상에서 3만장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D램 공정에 극자외선(EUV)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미세공정 전환 과정에서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 부진으로 공정 전환 속도도 늦춰질 수 있지만, 전반적인 D램 생산 증가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