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할당받은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빼앗겼다. 회사가 정부와 약속한 28㎓ 기지국 구축 목표를 10%만 이행했기 때문이다. 28㎓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5G 주파수다.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이동통신사 1위 사업자인 SKT까지 5G 28㎓ 대역에 손을 떼면서 5G는 반쪽짜리 서비스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SK텔레콤에 대해 5G 28㎓ 주파수 종료 시점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할당취소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 통신 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각 회사마다 1만5000대의 28㎓ 기지국 구축을 의무화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말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5G 28㎓ 기지국 구축 이행률이 낮다며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다.
초고주파인 28㎓ 대역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5G B2B(기업간거래) 핵심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다. 28㎓ 대역은 통신 3사의 5G 주력망인 3.5㎓ 대역보다 직진성이 강한 대신 도달거리가 짧다. 그만큼 막대한 기지국 구축 비용이 들어간다.
지난해 12월 23일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 대해 28㎓ 주파수 이용 기간을 5년에서 4년6개월로 10% 단축하고,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올해 5월 31일까지 당초 할당 조건인 1만5000장치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할당이 취소된다고 통지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용기간 종료 시각이 다가온 만큼 이달 초 SK텔레콤에 대해 그간의 이행실적 및 향후 계획을 제출받고 점검했다. 그러나 이달 4일 기준 28㎓ 대역 망 구축 수는 1650장치에 불과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SK텔레콤이 이달말까지도 추가로 28㎓ 대역 망을 구축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파수 할당취소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SK텔레콤을 대상으로 사전 처분에 대한 의견 청취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이달 말 최종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SK텔레콤도 KT와 LG유플러스처럼 28㎓ 주파수 할당 취소 수순을 밟는데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출범을 논의 중인 제4 이동통신에도 28㎓ 주파수를 할당할 모습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28㎓ 대역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이 더 높은 수준의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