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로고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EPA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지난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추가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여파로 IT 수요가 예상보다 더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 해고 칼바람이 여전히 매섭게 불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즈니스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이 감원을 공식화했다. 인텔은 감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전사적으로 사업 및 기능별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 절감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연구원은 지난 7일 SNS에 “인텔 데이터센터 및 클라이언트컴퓨팅 그룹의 예산이 약 10% 삭감될 것으로, 고정 비용을 감안하면 이는 그룹별로 최대 20% 감원이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이는 전 세계 PC와 서버 수요가 급감하면서 인텔의 양대 주력 사업이 극심한 부진에 빠진 탓이다. 인텔의 PC 사업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과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사업 부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8%, 39%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1분기 약 28억달러(약 3조75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5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이자 2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올 2분기에도 적자가 전망되면서 인텔은 올해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비용을 줄이는 자구안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말 수천명을 감원한 데 이어 지난 2월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기본급을 25% 삭감하고 임원과 간부 급여도 5~15% 깎았다. 여기에 분기별 성과급 지급도 중단했다.

링크드인도 지난 9일(현지시각) 전체 직원 규모의 약 3.5%에 해당하는 716명을 해고하고 중국 앱 서비스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라이언 로슬란스키 링크드인 CEO는 “격렬한 경쟁과 도전적인 거시 경제 환경에 직면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팀을 개편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링크드인의 모회사 MS는 올해 초 1만여명에 달하는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빅테크발 감원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 테크업계 정리해고 현황을 보여주는 플랫폼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665개 테크 기업에서 19만2722여명이 해고됐다. 5개월 만에 지난해(16만4591명) 기록을 넘어섰다. 아마존(2만7000여명), 메타(2만1000여명), 구글 모회사 알파벳(1만2000여명), 델 (7000여명) 등 빅테크의 대량 해고가 대부분이다.

미국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희망퇴직이나 자율 휴직, 인력 재배치 등의 방식으로 유휴 인력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수년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오히려 경쟁적으로 임직원 처우를 개선하며 인재 영입에 분주하다. SK하이닉스(000660)는 임원 예산을 50% 줄이고 직급을 간소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아끼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지난해 말부터 해외 출장을 최소화하고 사업 부문별로 비용 절감 방안을 강조하며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