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각 사 제공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웃고 KT는 울었다. 올해 1분기 통신 3사 실적 얘기다.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로 3사가 나란히 매출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0.4% 줄었지만 정보유출 및 디도스 장애 등 악재 속에서 선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유일하게 설비투자(CAPEX)를 늘리기도 했다.

반면 KT는 영업이익이 22.4% 급감했다. 회사는 지난해 마포 솔루션 센터 매각 등 부동산 일회성 이익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증권가에서는 경영 공백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3사의 실적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4.4% 늘어난 매출(4조3722억원)과 영업이익(494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매출(3조5413억원)은 3.9% 늘고, 영업이익(2602억원)은 0.4% 줄었다. KT의 매출(6조4437억원)은 2.6% 늘고, 영업이익(4861억원)은 22.4% 줄었다.

3사가 발표한 1분기 5G 가입자 수는 각각 1415만명(SK텔레콤), 641만9000명(LG유플러스), 894만명(KT)이었다. 총 2950만9000명으로, 3사가 앞서 추산한 3020만명은 넘기지 못했지만 통신 사업 성장을 견인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는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전체 고객 중 5G 가입자 비중이 각각 60%, 54.8%, 65%로 늘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신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미디어 부문 매출은 3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매출은 3862억원으로 5.8% 늘었다.

SK텔레콤은 이에 힘입어 올해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전환 및 도약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년간 축적한 AI 서비스와 기술 역량을 활용해 고객·기술, 시공간, 산업(AIX), 핵심 사업모델(Core BM), ESG 등 5대 영역에서 ‘AI를 모든 곳에’ 전략을 펼친다. 김진원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요 사업 영역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도약과 전환이 기업과 주주가치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무선 사업의 질적 성장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전체 무선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3% 늘며 총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1분기 순증 가입자는 35.5% 늘어난 65만9000명이었다. 알뜰폰(MVNO) 가입자도 434만3000명으로 41.2% 늘었다.

마케팅 비용은 5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줄었다. 다만 정보유출·디도스 장애에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과 정보 보호 강화에 투입한 일회성 비용이 컸다. LG유플러스는 사고 발생 시점(올해 1월)부터 회계상으로 보상 비용을 선반영했다. LG유플러스는 이 밖에도 CAPEX에 전년 동기 대비 43.6% 늘어난 5192억원을 집행했으며, 올해 5G 인빌딩 인프라 구축 및 오픈랜 기술력 확보 등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모습. /뉴스1

KT는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사업이 전체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B2B 고객 대상 통신사업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기업인터넷 사업 매출도 같은 기간 3.4% 늘었다. 기업통화 사업은 매출이 5.4% 늘었다. B2C 플랫폼 사업(디지코 B2C)에서 인터넷TV(IPTV) 사업 매출은 2.8% 늘었다.

하지만 역기저 효과 등을 제외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2%가량 줄면서, 타사 대비 부진했다는 평이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이사 연임과 재선임 등이 전부 실패하면서 KT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부각됐고 결국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라며 “짧게는 올해 1분기, 길게는 올해 2분기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KT는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지난 4월 출범한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새로 짜고 있다. TF는 대표이사 및 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대외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경영 공백을 메운다는 목표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사퇴 이후 대표 후보자 등이 잇따라 사의를 밝히면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