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1분기 말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업계가 공급 조절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까지 감산이 수요 약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000660)가 1분기 도합 8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유력하다. 업계에선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업계 재고 수준 높아 거래량 안 늘어”
10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폭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예상에 따르면 2분기 D램 가격은 1분기보다 10~15% 내릴 것으로 예측했으나, 트렌드포스는 하락 예상 폭을 13~18%로 확대했다.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 예상 폭도 5~10%에서 8~13%로 늘렸다.
가격 예상 낙폭이 확대된 건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재고 수준이 높아 거래량이 늘지 않고 있는 탓이다. PC용 D램은 이전 세대 제품인 DDR4 공급량이 이미 과도해 2분기 가격이 1분기보다 15~20%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서버용 D램 역시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큰손들이 서버 구매 물량을 줄이면서 DDR4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에 서버용 D램 가격은 1분기 대비 18~23%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D램인 DDR5는 공급 부족 상태지만, 시장 점유율이 낮아 전체 메모리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모바일용 D램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메모리 재고 조정을 마무리하고 있어 작년보다 메모리 구매 요인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도 여전히 업계 전반적인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이다.
◇ 업계 감산 효과는 2분기 말부터 기대
SK하이닉스가 작년 말부터 메모리 감산을 이어온 데 이어 삼성전자도 지난 3월 말 감산에 돌입했지만, 공급 축소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4월 D램 범용제품(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월보다 19.9% 급락했다. 지난달 D램 현물 가격이 일일 가격 기준으로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으나, DDR5를 제외하면 가격 상승세는 유의미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산 효과는 빠르면 2분기 말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수요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2분기에도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업계의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최근 시황을 반영한 생산 조절 영향이 더해진다면 3분기부터는 시황 개선과 함께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도 “반도체 감산 규모를 훨씬 의미 있게 진행 중”이라며 “2분기부터 재고가 감소하고 하반기엔 감소 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지난 1분기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적자를 낼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 내다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3.5조~4조원 수준이며, SK하이닉스도 3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을 상당히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공급 축소 효과가 2분기 말부터 점진적으로 나타나 하반기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메모리 수요 회복은 다소 더디지만, 현 수준에서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상반기 중 작년 말보다 웨이퍼 투입량을 20~25% 축소할 전망”이라며 “구매자들이 구매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2분기에도 제품 가격 하락은 지속되겠지만, 가격이 원가에 근접해 하락세는 1분기 대비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판매자들이 가격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