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효율과 정밀도를 높이는 ‘인더스트리 4.0′이 반도체 산업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설비투자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삼성전자(005930) 역시 IoT 기반 첨단 센서, 칠러(제조 공정에서 냉각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 등을 도입해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공정에서 웨이퍼 불량을 탐지하는 센서에 최첨단 IoT 시스템을 통합, 플랫폼 전체를 고도화하고 설비투자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용되던 칠러를 스마트화해 상황에 따라 최적의 냉각 온도를 맞춰 전력 효율과 생산 정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핵심장비 첨단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유럽 장비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산라인 고도화에서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IoT 기반 생산라인 고도화를 진행, D램 생산라인 설비투자 비용을 라인당 500만달러(한화 67억원) 정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정 과정에서 조기에 수율 불량을 감지하고 칩 성능의 다운그레이드 수치를 약 5%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라인 가동에 필요한 전력량도 15% 절감하며 전반적인 생산라인 운영의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다.
후공정에 해당하는 웨이퍼 범핑(반도체에 보호 물질을 씌운 뒤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패키징과 공정, 소자, 설계 쪽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테스트)에서도 AI 기반 기술이 힘을 얻고 있다. TSMC의 최대 후공정 파트너사로 알려진 ASE의 경우 최근 범핑 공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전체 100개 이상의 공정 단계에서 소요되는 프로세스 시간을 39% 줄이고, 생산량을 67%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급 불황에 반도체 기업들은 이전과는 다른 투자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1년에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600개가 넘는 공정을 거쳐 만든 제품이 센트 단위에 팔리고 있다”며 투자 효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도 설비투자 집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행하고 중장기 수요에 대비한 필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추이로 봤을 때 전반적인 설비투자는 감소세가 현저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 최선단 공정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들과 레퍼런스를 지켜보고 있으며 향후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고도화에도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생산공정에도 AI, IoT 기술이 일정 부분 적용되고 있으며 점점 확대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