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 중인 신민수 한양대 교수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WS코리아 주최 IT 컨퍼런스 ‘서밋’에서 ‘클라우드 정책의 현재와 미래: 전문가 대담’에 참석, 발표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지금까지 클라우드를 기술로 바라보고 정책을 수립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서비스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가 정보 자원의 소유와 유지 관리에 들였던 시간과 비용을 보다 고품질의 응용 프로그램 또는 대국민 서비스 자체의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 중인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WS코리아 주최 IT 컨퍼런스 ‘서밋’에서 마련된 ‘클라우드 정책의 현재와 미래: 전문가 대담’ 세션 발표에서 “기존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정책이 일종의 포지티브 규제였다면 새로운 정책은 네거티브 규제로의 변환이다. 본격적으로 소유에서 이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 원칙을 세웠다. 인공지능(AI)·데이터의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소프트웨어(SW)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클라우드 및 상용 SW를 우선 이용하도록 하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해 SW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궤를 같이 해서 행정안전부도 행정 공공기관 정부 자원을 클라우드로 전환·통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2025년 혹은 2026년까지 100%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 교수는 “문제는 공공 부문에서 클라우드 수요가 많은 분야는 금융과 공업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민간 클라우드 사용 활성화가 목표인데, 정작 민간 클라우드가 쓰일 분야는 적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며 “행안부가 발표한 올해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의 수요정보 조사결과를 보면 기관들도 클라우드를 실제로 도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클라우드 정책의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올해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예산이 기존의 20% 수준인 342억원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라며 “여기에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이 등급제로 개편되면서 외산 클라우드 기업의 공공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 이처럼 여러 요소가 엽쳐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디지털플랫폼정부다.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해 생산·축적되는 행정 데이터 등을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저장 및 통합 운영·관리해 민간이 분석·활용 가능하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과거 ‘데이터 댐’ 정책이 어떻게든 데이터를 모으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데이터 레이크’ 정책은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정책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클라우드에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신 교수는 “정부의 정책은 매우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에 ‘민간 클라우드 우선 정책의 수단이 적합한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책 수단의 적합성에 대한 신뢰 저하는 정책 수행과 효과의 달성을 어렵게 한다”며 “정책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정부는 환경 변화를 경쟁력 강화 방안에 어떻게 녹여낼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CSAP 개편은 공공 클라우드 시장 판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CSP) 기업이 좀 더 글로벌 표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공공 부문 진출을 마중물로 삼아 일반 기업 시장,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가능하다”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플래그십 사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클라우드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다”라며 “지금은 서비스 중심의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SaaS 기업 육성 정책을 수립했지만, 결국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역할 분담이 생기기 때문에 생태계 전체를 키워야 우리나라 클라우드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단순한 비용 절감, 업무 효율화를 넘어 국가 전체의 혁신 성장의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이런 고민을 통해 우리나라 클라우드 정책의 올바른 역할이 촉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