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M16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실적 반등의 승부수로 강조한 건 DDR5 D램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대다수 고객사들이 구세대 제품인 DDR4 D램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DDR5 D램 공급량을 높일수록 불황 탈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램 3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현재 SK하이닉스가 서버용 DDR5 D램 시장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2분기 말부터 서버용 DDR5 D램을 본격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마이크론의 경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사들 “DDR4 대신 DDR5 달라”… 교체 수요 본격화

DDR5 D램이란 2020년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발표한 최신 D램 규격으로,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췄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수익처인 서버 시장에서는 아직 DDR4 D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교체 수요가 높다. 이 가운데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최강자인 인텔이 지난 1분기에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 래피즈 CPU를 내놓으며 점진적으로 DDR5가 서버 시장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아직 수요·공급이 미지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충분한 DDR5 규격의 D램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대형 IT 기업들 역시 올해 1분기까지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IT 인프라 투자를 주저해왔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리오프닝’과 함께 글로벌 소비 시장 회복, IT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재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모델 구축 본격화 등의 호재가 예상된다.

시장 개화기에 접어든 DDR5는 D램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가 초반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왔다. 인텔과 밀접한 협력을 통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의 인증을 받았다. 해당 인증을 받을 경우 서버 시장에 공급되는 인텔 CPU와 함께 짝을 이뤄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초반 스텝이 꼬였다. 우선 10나노급 DDR5 D램 양산이 SK하이닉스보다 늦어지면서 세계 1위 D램 기업의 자존심에 금이 간 데 이어 초반 시장을 SK하이닉스에 내주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말부터 10나노급 DDR5 D램을 본격 양산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력 부족한 SK하이닉스, 하반기 판세는 삼성전자 우세 관측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SK하이닉스가 DDR5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문제는 시장을 끌고갈만한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투자여력과 자금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규모는 약 10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DDR5 D램 생산이 늦어진 것이 중장기적으로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판단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V의 경우 주로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활용됐지만, 삼성이 10나노급 D램 공정에 적용한 이후 업계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공정이 안정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DDR5 D램 생산능력이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 모바일, PC 등 주요 고객사들이 반도체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연내 DDR5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라며 “DDR4 D램을 구매해둘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D램 3사의 DDR5 D램 생산량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수요·공급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양쪽에 재고가 쌓이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지난해 3%에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27%까지 늘어나, DDR4(23%)를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