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부터 스마트폰 외 모든 IT 기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탑재를 준비 중인 가운데 자동차, TV 등에서도 OLED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OLED 시장 ‘빅사이클(Big Cycle·호황기)’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들도 시장 반등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두 기업은 OLED 패널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실행 중이며, 이 과장에서 국내 OLED 관련 소부장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OLED 관련 증착, 세정, 식각 등의 소부장 기업들이 삼성·LG디스플레이와 협력 수준을 높이며 하반기부터 장비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4조1000억원 규모의 8.7세대 OLED 신규 생산라인 투자를 확정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에프엔에스테크, 원익IPS, 아이씨디, 이루자 등과 각각 증착, 세정, 열처리, 식각, 스퍼터 등과 생산설비의 구체적인 사양을 조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와 관련해 장비사들은 본격적인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OLED 패널 생산 공정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증착기의 경우 일본 캐논토키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부분의 물량을 납품할 것으로 관측된다. OLED 공정 장비 중에서도 고가에 해당하는 증착기는 전체 투자금의 약 절반 수준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공정 분야에서는 국내 필옵틱스가 레이저 커팅, 켐트로닉스가 식각, 에스에프에이가 어태처 장비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문한 사양에 맞춰 개발을 준비 중”이라며 “기존 삼성디스플레이의 6세대 공장에 이어 8.7세대 공장에 맞게 장비를 개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등 IT 기기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진 ‘하이브리드 OLED 패널’ 생산을 위해 삼성, LG 모두 협력사와 새로운 식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식각은 유리기판을 얇게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스마트폰보다 화면 크기가 큰 IT 기기는 OLED의 무게를 더 낮춰야한다. 때문에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 하이브리드 OLED 방식의 패널을 요구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OLED는 리지드 OLED에 사용하는 유리기판 하판과, 플렉시블 OLED에 주로 사용하는 박막봉지(TFE)를 결합한 기술을 말한다. OLED 패널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유리기판 상판이 없는 만큼 생산과정에서 패널이 손상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양사는 유리기판을 식각하는 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하게 위해 협력사들과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OLED 식각 장비를 수주한 켐트로닉스는 신규 설비에 241억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2021년 3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은 파주 IT용 OLED 신규 생산라인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양산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장비 계약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며 하반기부터 생산라인에 장비가 반입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신규 라인에 국내 기업인 선익시스템과 공동 개발한 증착기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OLED 소재 업계도 수혜가 예상된다. 디스플레이가 커지면 OLED에 사용되는 소재나 부품의 양도 늘어난다. 대표적인 수혜 업체로는 삼성SDI, 에스에프씨, 덕산네오룩스 등이 꼽히는데, 이들은 OLED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억달러(2조6380억원) 규모였던 OLED 재료 시장은 연평균 21%씩 성장해 2026년 30억달러(3조92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