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들이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급여와 마케팅비 지출에 열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회사 덩치를 키워 매출은 늘었지만, 임직원 연봉을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인건비가 급증한 것이다.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소셜미디어(SNS) 광고 등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 매출 증가했지만 적자는 더 늘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 22곳 중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곳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 직방, 리디, 당근마켓, 야놀자, 두나무, 빗썸코리아, 오아시스, 지피클럽, 한국신용데이터, 여기어때컴퍼니 등 12곳이다. 이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종합 여행·여가 플랫폼 운영사인 여기어때컴퍼니 한 곳 뿐이다. 여기어때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3058억원,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2021년 대비 각각 94%, 49% 증가했다.

유니콘 기업들 대부분은 매출이 증가했으나 영업손실도 확대되거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컬리, 직방, 리디, 당근마켓, 한국신용데이터 등은 적자 규모가 커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매출 1조1887억원, 영업손실 24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1년 7807억원에서 52.3%가 증가했는데, 영업손실도 2021년 1796억원에서 37.6% 늘어났다. 급여가 영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비금융부문과 금융부문을 합쳐 2021년 932억원에서 지난해 1831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퇴직급여도 같은 기간 63억원에서 182억원으로 늘어났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6400만원이다. 영업손실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임직원 급여도 늘고 있는 것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019년부터 최고 인재를 영입한다는 명분 아래 “연봉을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1.5배 더 주겠다”며 “그 회사 연봉만큼 이직 보너스도 주겠다”고 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직원 평균 연봉에는 스톡옵션 가치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499억원으로 2021년 256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적자 폭도 확대됐다. 작년 영업손실은 564억원으로 2021년 352억원에서 61%가 증가했다. 8년째 적자다. 당근마켓 역시 지난해 급여가 324억원으로 2021년 130억원에서 2.5배가량 증가했다. 복리후생비는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접대비는 3023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광고선전비는 227억원에서 263억원으로 증가했다.

컬리(마켓컬리)의 영업손실도 지난해 2335억원으로 2021년(2177억원)보다 7.3% 늘었다. 컬리의 급여 지급액은 2021년 1676억원에서 지난해 2182억원으로 증가했고, 퇴직급여도 같은 기간 640억원에서 1576억원으로 늘었다. 광고선전비 역시 435억원에서 541억원으로 증가했다. 직방 역시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동시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71억원으로 전년(82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작년 7월 직방이 삼성SDS 홈 IoT 부문을 인수하면서 급여 지출이 234억원으로 전년(104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야놀자, 지피클럽, 두나무, 빗썸코리아, 오아시스 등 5곳은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다.

◇ “인건비 줄이고 비용 절감 집중해야”

실적이 나빠진 이유와 관련해 유니콘 기업들은 “신사업 관련 투자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며 “아직은 외형 성장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비용을 절감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콘들이 경기 침체의 초입에서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며 “전 직장보다 연봉을 최대 50%까지 더 주겠다고 하고 TV·소셜미디어 광고를 늘리는 등 출혈 경쟁을 벌인게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투자사 중 하나였던 소프트뱅크벤처스 매각이 최근 불발되는 등 VC들 사정도 어려워졌다”며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줄이고 스타트업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