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CSP) 기업 3사의 실적이 순항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국내 CSP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고,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출범 후 각각 5000억원대와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상반기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서비스 ‘서치GPT’ 출시를 필두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공공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매출 1조132억원, 영업이익 10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8%, 290.4% 증가한 수치다. 실적 추이를 보면 네이버클라우드의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18년 매출 4025억원, 영업이익 469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151.7%, 119.4% 늘어난 것이다.
모기업인 네이버가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클라우드, AI 등 B2B 사업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통합한 만큼 업계에선 올해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웍스모바일이 이미 첫 단추를 끼웠다.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용 협업도구 ‘네이버웍스’와 ‘라인웍스’를 운영 중인 웍스모바일은 이달 초 ‘라인 클로바’를 일본 법인 웍스모바일재팬에 흡수통합했다. 라인 클로바는 네이버 일본 관계사 라인의 AI 사업부로,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의 일본어 모델을 개발 중이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2~4분기 매출 4321억원을 기록했다. 모기업인 KT가 1분기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로 분류한 1244억원을 더하면 KT클라우드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5565억원에 육박한다. 독립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22% 증가한 수치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4월 1일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33% 늘었다”고 했다.
KT클라우드는 올해 ‘풀스택 AI 사업자’를 목표로 KT, 리벨리온(AI 반도체 기업) 등과 손잡고 동남아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공공 시장 우위를 유지하면서 재해복구(DR)와 공공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 등 전략 시장도 선점한다는 포부다. 윤동식 KT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3일 창립 1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2023년을 지속 성장의 원년으로 삼아 2026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KT클라우드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NHN클라우드도 첫 해 기준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4분기 매출 1172억원에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기록했다. 모기업인 NHN이 그간 CSP에 협업도구, 해외 클라우드관리사업(MSP) 계열사 실적을 ‘기술’ 매출로 묶어 발표해왔기 때문에 NHN클라우드의 1분기 매출을 합산, 연간 매출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NHN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지난해 NHN 기술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비공개다.
NHN클라우드는 ‘유닛’을 도입해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신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 유닛은 상품·서비스 책임자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바로 이어지는 소규모 의사결정 체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이크로 데이터센터’ 전략으로 공공 시장 점유율 1위(수주 기관 수 기준) 수성에도 주력한다. 주요 인프라 시설을 수도권 바깥 지역에 여럿 구축, 수주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올해 광주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김해와 순천에 추가 건립을 추진한다.
업계는 각자 난제를 떠안은 3사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지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유동부채가 6094억원으로 전년(4695억원) 대비 약 30% 증가했다. KT클라우드는 지원을 아끼지 않던 모기업의 ‘수장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지역 거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등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외 환경도 국내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정부가 올해 초 CSAP를 등급제로 개편하면서 해외 기업들의 공공 시장 진입이 용이해졌다.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도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0일 배터리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 설치 금지, 배터리 랙(선반) 간 이격거리 확보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데이터센터를 위한 대안(화재확산 방지포, 차열 방화문, 내화케이블 설치 등)을 제시한 건 다행이지만, 데이터센터별 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규제를 적용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CSAP 개편부터 이어지는 정부의 탁상공론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