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업체인 HKC가 일본 JDI와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공법인 eLEAP(e립) 기술을 손에 넣었다. HKC는 e립 기술이 적용된 OLED 패널을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가 주도하는 OLED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11일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HKC와 일본의 JDI는 OLED 패널 양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업체는 OLED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인 e립을 적용한 패널을 2025년부터 양산하기 위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e립은 파인메탈마스크(FMM) 없이 OLED 패널 위에 소자를 증착하는 기술이다. FMM은 10~2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금속판인데, OLED 패널 위에 올려놓고 적·녹·청(RGB) 소자를 올리는 데 쓰인다. FMM 표면의 구멍의 크기가 작고 균일할수록 소자가 더 세밀하게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e립 기술을 활용하면 FMM으로 가리지 않고 직접 패널 표면에 소자를 증착해 더욱 촘촘하게 이어 붙일 수 있다. e립 기술을 활용한 OLED 패널은 FMM 공정을 활용한 패널보다 밝기는 2배, 수명은 3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e립 기술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연구에 나섰던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e립 기술 개발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도 e립 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e립 기술을 얻어낸 HKC가 OLED 시장 내 경쟁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차세대 제조 기술의 도입이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HKC가 e립 기술 활용에 성공하게 되면 BOE나 CSOT 같은 더 큰 중국 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이 고성능 OLED 패널을 양산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e립의 기술 완성도가 낮기에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FMM을 이용한 공정보다 소자를 빽빽하게 놓을 수는 있지만 증착의 완성도는 비교적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TV나 모니터 등 완제품의 화질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HKC와 JDI의 협약도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KC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만 생산하고 있는 업체라 새로운 기술을 얻었다고 해서 OLED 양산을 빠르게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LCD 업체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고 OLED 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에,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HKC와 재정난에 시달리는 JDI의 이해관계가 맞아 협업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들의 협약이기에 시장에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