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정수기를 이용하는 말레이시아 고객이 정수기 관리 서비스 설명을 듣고 있다./코웨이 제공

코웨이와 SK매직 말레이시아 법인의 지난해 실적이 나란히 상승했다.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한국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5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웨이의 해외 법인 전체 매출은 1조40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늘었다. 이 중 말레이시아 법인의 매출이 1조916억원으로 77%를 차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11.4%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SK매직의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은 63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배 정도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0억원가량 줄었다. 두 업체 모두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 중 90% 이상이 가전 렌털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SK매직은 2019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는데, 렌털 사업 특성상 초반 인프라 구축 비용 문제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말레이시아는 경제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가전 구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1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중 말레이시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1371달러(약 1496만원)로 싱가포르, 브루나이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5.4% 수준이며, 인구도 3400만명 수준으로 소비층이 두터운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프리미엄 가전 렌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외산 가전에 대한 포용력이 크다는 점도 한국 렌털 업체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자국에서 만든 가전제품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외부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 외산 가전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덜한 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한 코웨이는 2007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코웨이는 정수기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뜻하는 용어다. 말레이시아 국민의 60~70%가 무슬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따뜻한 물을 즐겨 마시는 동남아시아권 국가의 특성을 고려해 온수 기능을 특화한 제품 등을 대거 출시했다.

2017년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의 매출은 2075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배 이상 성장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의 낙후된 상수도 인프라로 수돗물 품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현지 맞춤형 상품을 출시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SK매직 말레이시아 법인에서 주력하고 있는 렌털 상품인 정수기./SK매직 제공

후발 주자인 SK매직도 2019년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SK매직은 물탱크가 없는 직수형 디자인으로 변질 우려 없이 신선한 물을 내보내는 정수기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는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렌털 상품을 다양화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김자중 SK매직 말레이시아법인장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건강관리와 가전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2019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렌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물을 저장하는 탱크를 없앤 디자인에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정수기가 주력 상품이다.

업계는 한국 가전 렌털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발 주자인 코웨이가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등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한국 가전이 현지에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