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가 지난해 10월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배터리실의 배터리를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납축전지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측 요청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해당 배터리실 화재로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겪은 직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SK C&C 측과 협의해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를 납축전지로 교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안영훈 과기정통부 디지털재난대응TF 팀장은 “화재가 발생했던 지하 3층 배터리실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납축전지로 교체를 완료했다”며 “4층과 5층 배터리실은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로 운영하고 있지만, 여러 대안 조치를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체 시점은 올해 1월즈음이라고 덧붙였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동일 크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보다 용량이 약 3배 높고, 메모리 현상이 없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 데이터센터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오는 2030년에 UPS 리튬이온 배터리 침투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민간 데이터센터 86개 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황조사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리튬이온과 다른 배터리를 같이 사용한다’고 답한 곳은 약 40여곳에 달했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높은 온도에서 폭발할 확률이 타 배터리 대비 높다는 점이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의 발화 지점도 리튬이온 배터리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지하 3층 배터리실 내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일어난 후 배터리 랙(선반) 5개로 구성한 배터리 1세트가 전소했다고 밝혔다. 통상 1개의 랙에는 11개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들어간다.
더욱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보다 진화가 어렵고 위험하다. 열폭주로 인한 배터리 폭발 가능성 및 감전 위험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소화약제가 내장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권장한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더불어 배터리 랙 간 이격거리를 0.8~1m 이상 확보하고, 배터리실 내에서 내화구조 격벽으로 분리된 공간 1개당 설치 가능한 배터리의 총 용량을 5MWh로 제한할 것을 사업자들에게 권고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내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입장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납축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화재 대응력이 강하고 폭발성 위험이 낮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며 “전문가들도 정부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특정 배터리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을 발표하지 못했다. 당국이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단, ‘배터리 셀 내부의 경년열화에 따른 절연 파괴로 단락이 발생해 발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인용해 외부 요인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년열화는 장기간에 걸쳐 사용한 부품이 닳거나 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절연 파괴는 절연 피복의 손상 등으로 갑자기 많은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실제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배터리는 SK모바일에너지가 지난 2015년에 제작한 리튬이온 배터리로, 평균 수명이 10년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수명만 놓고 보면 연한이 3년 정도 남은 시점에 불이 난 것이다.
홍 실장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면 산업부 등과 배터리 안정성 문제를 비롯해 추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