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이 신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본업인 IT서비스 부문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SDS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물류 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경기 침체와 운임 약세 등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클라우드 사업을 기반으로 한 IT서비스 분야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졌다. LG CNS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데, IPO에 성공하려면 외형 키우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1위 기업인 삼성SDS에 비해 매출 규모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7조2347억원, 영업이익 916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각각 26.4%, 13.4% 증가한 수치다. 매출 비중을 보면 물류가 64%, IT서비스는 36% 수준이다. 외형 성장을 물류가 이끌었다. 삼성SDS의 연간 매출은 지난 2012년 물류 사업을 시작한 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1년 4조7652억원에서 2012년 6조1058억원으로 뛰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에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운임이 상승하면서 2020년 매출 11조174억원, 2021년 13조63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에서 열린 제3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삼성SDS 제공

하지만 물류 매출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 하락과 물동량 감소로 올해 삼성SDS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물류에서 감소한 매출을 IT서비스에서 얼마나 커버하느냐가 전체 매출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준공된 동탄 데이터센터의 신규 매출과 공공 클라우드 수주 실적에 따라 올해 매출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에 기업들이 IT비용을 절감하려고 하고 있고 투자도 위축된 상황이라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을 보면 IT서비스 사업 가운데 SI(시스템통합) 부문은 고객사의 투자 연기와 취소 등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한 1조4839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은 삼성클라우드서비스(SCP) 기반의 CSP(Cloud Service Provider) 사업과 앱 현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며 연 매출이 전년 대비 33.4% 증가한 1조16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물류는 2.1%에 불과한 반면 IT서비스는 8.6%에 달한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SDS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클라우드 서비스(CSP), 클라우드 관리(MSP), 서비스형소트프웨어(SaaS)를 함께 제공하는 기술력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맞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의 미래 성장에 필수적인 디지털 비즈니스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LG CNS는 작년 매출 4조9636억원, 영업이익 38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9.8%, 17.2% 증가했다. 지난해 주요 수주 사업으로 ▲하나은행 ICT-리빌드 사업 ▲대한항공 AMO ▲KB손해보험 차세대시스템 구축 ▲국가 시범도시 세종 5-1 생활권 스마트 서비스 구축 ▲오창 원통형 11, 12호 물류 증설 공사 ▲티머니 전산센터 채구축 ▲신한금융그룹 유니버셜 애플리케이션(앱) 구축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 CNS는 지난해 계열사 및 비계열사 매출이 고르게 증가한 가운데 신사업인 클라우드, 스마트 물류 등도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신균 LG CNS 대표./LG CNS

문제는 LG CNS가 IPO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삼성SDS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외형 성장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삼성SDS는 물류 사업을 통해 매출이 10년 전 대비 4배 이상 늘었으나, LG CNS는 매출이 비슷하다. LG CNS는 지난 2010년, 향후 10년 안에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G CNS의 연간 매출은 3조원대에서 한동안 머물렀고, 2021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4조원을 넘었다.

이에 작년 말 선임된 현신균 LG CNS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성공적인 IPO를 위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G CNS는 지난해 5월 주관사 7곳을 꾸려 IPO 절차에 착수했으나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LG CNS가 지난해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바탕으로 연내 IPO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