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한국 진출을 눈앞에 둔 가운데, 국내 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스타링크가 정부가 추진 중인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전국적으로 유·무선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스타링크 서비스가 일부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제외한 B2C(소비자간거래) 시장에선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26일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는 현재 스타링크(기본형), 스타링크 로밍, 스타링크 비즈니스 등 3가지 요금제로 구성됐다. 서비스 속도(다운로드 기준)는 50~500Mbps(초당 메가비트)로 각 요금제 가격은 월 110~500달러(14만~64만원)사이다. 다만 일본에서 서비스 요금을 두 차례 인하한 만큼 한국에서도 원래 요금제보다 약간 저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국내 통신사들의 5G(5세대 이동통신)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896.1Mbps인 것을 감안하면, 스타링크 서비스는 속도 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다. 특히 스타링크를 사용하기 위한 위성접시 등 장비 설치 비용(599달러)까지 합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국내 통신사들의 유선 인터넷 서비스 비용은 1위 사업자인 KT를 기준으로 월 2만2000원(1Gbps), 월 4만4000원(10Gbps)수준이다. 가장 비싼 스타링크 요금제와 비교해 14~28배 저렴하지만, 속도는 2~20배 빠른 셈이다.

앞서 스타링크는 지난 8일 유한책임회사 ‘스타링크코리아(Starlink Korea LLC)’를 설립하고, 서울 강남역 근처 공유오피스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 올 2분기 중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서비스 '스타링크'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진출 시기를 올 2분기로 예고했다./스타링크 서비스 지도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지구 저궤도(500~2000km)에 다수의 통신위성을 배치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골이나 오지 등 외딴 지역에서도 빠른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지난 2020년 10월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유럽, 오세아니아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시아로 범위가 넓어졌다.

스타링크는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성-스마트폰 서비스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스타링크가 기존 통신사 대비 높은 가격과 느린 속도로 일부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항공기, 선박 등을 대상으로 한 B2B 시장에서만 존재감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막대한 초기 자금 투입, 긴 회수기간, 규모의 경제, 사업 영위에 따른 많은 규제 등이 불가피한 기간통신사업의 특징상 스타링크가 통신 3사의 지위에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파격적인 혜택이 부여된다고 해도 스타링크가 통신 3사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제로’”라고 했다.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사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기지국·전송선로·라우터·스위치 등 네트워크 설비 투자, 고속 인터넷 및 IPTV 서비스 제공을 위한 광케이블 설치,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국내 통신 3사 최근 3년간(2020~2022년) 투자한 인프라 비용은 연평균 7조원 규모다.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 초공간 서비스를 위한 위성통신망 구성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만 통신·인터넷 생태계가 PC와 스마트폰의 범주를 넘어서는 순간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2025년 도심항공교통(UAM)이 국내에서 상용화되면 상공망으로 하늘을 향해 전파를 쏘는 통신 3사에 비해 위성으로 전파 전달이 가능한 스타링크가 유리하다.

스타링크는 현재 운영 중인 위성이 3000여기이고, 오는 2024년까지는 6000여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4만2000여기까지 숫자를 늘릴 예정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스타링크 인터넷 속도는 지금보다 빨라지고, 요금제 가격도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기존 통신사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위성통신이 기본 통신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하면 스타링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