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한 번 가봐라.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더 유연해야 하는데, 주총 분위기는 삼성보다 훨씬 딱딱하다. 주주들 목소리 충분히 듣고 소통했으면 좋겠다.”

22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네이버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진땀을 흘렸다. 취임 1년을 맞은 최 대표는 주총을 이끌어 가는 방식에 대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싫은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등의 질타를 받았다.

주주들은 주주 가치 제고와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을 주문했다. 비슷한 규모의 상장사 대비 적은 배당금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날 주주들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주총에서 20여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네이버 고객 센터와 전화 연결이 잘되지 않는다”라는 지적부터 “주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라는 10대 주주의 항변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최 대표는 재무제표 승인을 놓고 주주들의 의견을 들었다. 한 주주가 ‘배당금을 주지 않는 이유’를 물었고, 다른 주주는 ‘네이버가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유튜브에 밀리고, 메신저 사업에서는 카카오톡에 약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최 대표는 “동영상 숏폼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신규 서비스나 정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메신저 사업에서는 라인이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오픈톡이나 소상공인 대상 메신저 서비스 등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는 지난 3년간 순이익의 5%를 배당하고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의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성장하는 인터넷 혁신 회사는 대체로 배당을 안 하는 게 시장의 통상적인 모습으로, 네이버는 성장과 배당에 대한 균형을 찾고 있으며, 주주들이 만족스러운 배당 정책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사실상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 김 CFO의 발언에 주주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최 대표는 “안건과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 “마이크 없이는 발언하실 수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주주들의 원망이 커졌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뉴스1

본인을 10대라고 밝힌 한 주주는 “주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라며 “주주들의 발언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말고 잘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어 “형식적으로 준비된 답변만 하니 주주들이 화를 낼 수밖에 없다”라며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도 대표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주주들은 향후 사업 전략, 블로거 육성 방안, 해외 시장 진출 계획, 기타비상임이사 선임 건 등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질문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답변을 들은 주주들은 “답변이 모호하다”라는 성토를 계속해서 쏟아냈다. 최 대표는 “주주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실무자가 주총에 배석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적극 검토해 다음 주총에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네이버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네이버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2017년부터 의장으로 활동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변 의장은 이해진 창업자가 의장에서 물러난 2017년부터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재선임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서 변 의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9년간 변 의장 체제가 이어지는 것이다.

변 의장은 인사말에서 “본인도 큰 기관과 연락을 하면 소통이 잘되지 않는 어려움과 불편을 겪을 때가 있으며, 주주들의 소통 불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지적하신 부분들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개선할 부분을 살펴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개인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더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 다른 사업도 하고 있고, 그곳에서도 이사로 활동하는 만큼 네이버에는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로 일하고 있다”라고 했다.

네이버는 이사 보수 총액 또는 최고한도액을 기존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네이버는 2014년 이사 수를 7명으로 정한 후 지난해까지 150억원 보수 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데 동참하기 위해 이사 보수 총액을 줄이기로 했다. 최 대표는 “이사 7명에 대한 보수는 지난해 150억원 한도액 중 40억원 정도를 집행했고, 올해는 절반 수준인 최고한도액 80억원 내에서 적절히 집행하겠다”라며 “네이버는 기존 사업의 꾸준한 성장으로 지속적인 혁신 기회를 모색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