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점유율이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토종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업계를 장악한 후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데다, 음원 유통업체들과의 갈등, 해외와 달리 비싼 요금제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게 패착으로 꼽힌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저렴한 요금제를 추가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포티파이는 한국 서비스 2주년을 기념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스포티파이가 K팝의 글로벌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 내 ‘K팝 허브’ 이용자가 국내 서비스 실시 후 급증했다는 것이다. K팝 허브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K팝 온(K-Pop ON!)’은 7억회 이상 재생됐고, 해당 플레이리스트 구독자는 45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코리안 OSTs’(구독자 140만명), ‘트렌칠 K-알앤비’(82만명), ‘인 더 K-인디’(42만명) 등의 플레이리스트도 구독자 수가 상당하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설립됐다. 현재 18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음악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면서, 유튜브 뮤직이나 애플 뮤직을 넘는 압도적인 가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IT 시장조사업체 미디어리서치(MIDiA)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30% 가량(구독자 1억8780만명)을 차지하고 있는데, 애플 뮤직(8470만명, 13.7%), 아마존 뮤직(8220만명, 13.3%), 유튜브 뮤직(5510만명, 8.9%) 등을 훌쩍 웃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2021년 2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앱 분석 서비스업체인 모바일인덱스가 분석한 일간 사용자수 순위에 따르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1위는 멜론(29.7%), 유튜브 뮤직(20.2%), 삼성뮤직(19.6%), 지니뮤직(13.5%), 플로(7.7%) 순이다. 그 다음으로는 네이버 바이브(3.3%), 카카오뮤직(1.8%)이며 스포티파이(1.7%)는 벅스와 공동 8위에 그쳤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상륙하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서비스 출시 시기가 늦었다. 전 세계 출시 시기 순위에서 한국은 93번째였다. 그런 가운데 초반에 국내 음원 확보가 부족했던 점도 연착륙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스포티파이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지니뮤직·벅스·다날엔터테인먼트·드림어스컴퍼니 등이 음원 공급을 중단한 바 있는데, 음원 유통업체들과 음원 사용 협상에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금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출시 초기에는 스포티파이 서비스의 핵심으로 꼽히는 무료 재생 옵션이 없었다. 요금제의 경우 해외에선 학생(4.99달러), 개인(9.99달러), 듀오(12.99달러), 가족(14.99달러) 등으로 세분돼 있는데, 국내에선 개인 1만900원, 듀오 1만6350원 등 두 종류의 요금제(부가가치세 별도)만 선택할 수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다가 최근에서야 월 7900원의 베이직 요금제가 추가됐다. 베이직 요금제가 추가되기 전에는 유튜브 뮤직(월 8690원), 멜론(월 7900원) 등과 비교했을 때 요금이 비쌌던 것이다. 지니뮤직, 플로 등 토종 플랫폼들은 통신사의 요금제를 활용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처음 이용했던 플랫폼을 계속해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마트폰을 살 때 무료 혜택으로 제공되는 음악 플랫폼을 사용하다가, 유료화된 후에도 계속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멜론, 유튜브 뮤직 등 다른 대체제가 굳건히 자리 잡은 가운데 스포티파이가 점유율을 높이려면 요금제 혜택을 더욱 높이거나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