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제공

삼성전자(005930)의 투자 확대로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2021년 삼성전자가 공언한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 때문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하고 사람의 팔처럼 생긴 협동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레인보우로보틱스 보통주 91만3936주(4.77%)를 주당 3만400원에 장외 매수했다. 지난 1월 590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10.22%를 매입한 데 이어 두달 만에 지분율을 14.99%로 늘린 것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대 주주인 삼성전자의 추천에 따라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이번 거래를 주도한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윤 부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전략팀 담당임원을 거쳐 사업지원TF 담당임원과 네트워크사업부 기획팀장을 지냈다. 윤 부사장에 대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사회는 “회사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장은 두 회사가 맺은 콜옵션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 간의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 로봇을 활용한 삼성의 자동화 추진과 두 회사의 기술 협력을 통한 미래 로봇 제품 개발이 주요 동인으로 보인다”며 “기술 협력 등 성과 여부에 따라 M&A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을 체험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로봇을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2021년 로봇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작년 로봇사업팀이 출범했다. 올해부터는 카이스트와 손잡고 로봇 특화 인재도 육성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올해 안에 주행 보조 로봇인 EX1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도 한 부회장은 향후 본격화될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고객이 실생활에서 로봇을 경험하고 유용함을 체감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주행 보조 로봇 출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M&A 등 로봇 벤처기업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로봇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은 일본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아 핵심 로봇 기술을 내재화한 국내 기업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만 인수 뒤 사실상 처음 이뤄지는 새로운 M&A는 당연히 미래 먹거리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추진했으나 인수 금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 및 기술 협력 가능성도 언급됐으나 규제당국의 승인과 인수자금 등의 문제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105조원이 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M&A 실탄은 충분하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