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최고경영자(CEO)의 급여가 1년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회사 주가가 하락하자 이와 연동해 책정된 상여금이 ‘0원’이었던 탓이다. 네이버는 다음 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낮추는 안건도 다룰 예정이어서, 최수연 대표가 올해 수익성 개선과 함께 기업가치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네이버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해 급여 6억원, 상여 4억9500만원, 기타 근로소득 500만원 등 총 1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중 상여는 2021년 글로벌 사업지원리더로서 거둔 성과에 대해 지난해 초 지급된 금액이다.
최 대표가 받은 11억원은 전임자인 한성숙 전 대표가 2021년 수령한 금액(27억8000만원)의 40%에도 못 미친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받은 18억3500만원보다도 적다. 네이버 CEO가 창업자보다 보수를 적게 받은 건 2013년 네이버와 NHN의 분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네이버 보수 상위 5명에도 들지 못했다. 1위는 급여 8억원, 상여 15억원 등 총 23억원을 받은 한 전 대표였다. 한 전 대표는 현재 유럽사업개발 대표를 맡고 있다. 그 뒤는 대외·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개선) 정책 대표(21억6200만원), 이 GIO(18억3500만원), 김주관 그룹앤 사내독립기업(CIC) 대표(16억500만원),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15억3700만원)가 이었다.
제한조건부주식(RSU)을 받지 못한 영향이 컸다. 최 대표는 지난해 코스피200 내 기업 대비 상대적 주가상승률에 따라 보수의 45%를 RSU로 받기로 한 바 있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조건이 맞지 않아 최종 지급 규모가 0%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3월 14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1년간 네이버 주가는 32만9000원에서 19만6000원으로 약 40%가 떨어졌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53조9721억원에서 32조1536억원이 됐다.
최 대표 발등에 ‘주주가치 제고’라는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GIO 보유 지분(3.72%)이 적어 외부 공격에 취약한 상황에서 회사가 정치권에 뇌물을 준 혐의에 연루돼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할 만한 빌미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네이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시 부지 매입에 대한 청탁 대가로 성남FC에 불법 후원금 40억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에게는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도 주어진 상태다. 네이버는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7명의 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최고 한도를 8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네이버 이사 보수 한도는 2014년 이사 수가 7명으로 조정된 뒤 지난해까지 줄곧 150억원이었다. 한도까지 채워서 보수가 지급된 적은 없지만,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용 절감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3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하며 5년 만에 뒷걸음쳤다.
업계는 최 대표가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올해 뿌린 씨앗을 열매로 만드는 ‘수익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 ‘2026년까지 매출 15조원,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시총 150조원’을 목표로 설정하고 C2C(개인 간 거래)와 콘텐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그간 최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싱가포르 가전제품 중고 거래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 테크놀로지에 36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명품 거래 플랫폼 ‘시그먼트’를 운영하는 팹의 지분 70%와 빈티지 패션 거래 플랫폼 ‘콜렉티브’를 운영하는 크레이빙콜렉터의 지분 40.74%를 취득했다. 올해 초에는 북미 최대 패션 C2C 커뮤니티인 포시마크를 창립 이래 최대 금액으로 사들이고, 유럽 최대 규모 중고거래 플랫폼인 왈라팝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국(크림), 일본(빈티지시티), 유럽(베스티에르콜렉티브·왈라팝), 북미(포시마크)를 잇는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게 최 대표의 구상이다.
콘텐츠 쪽으로는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에 약 4000억원을 출자하고,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와 애니메이션·시각특수효과 제작사 로커스, 일본 1위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했다. 글로벌향을 목표로 웹툰 사업의 미국 증시 상장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위해 피노키오, 페르소나스페이스, 하데레크, 트라이폴리곤, 머플, 위에이알, 언플레이 등 19개 기업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수익화를 위한 시동도 일부 걸었다. 크림은 지난해 4월부터 9번에 걸쳐 수수료를 상향 조정했다. 2020년 3월 이래 2년여간 무료로 유지해온 수수료 정책을 ‘정상화’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 대표는 2022년 결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 대비 수수료가 매우 낮은 만큼 올릴 여지가 충분히 남았다고 판단한다”며 추가 인상의 문을 열어뒀다.
네이버웹툰은 유료 이용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진출 시기가 짧아 유료 이용자 비중이 국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따라서 수익모델 전환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이북재팬과 라인망가 간 시스템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라며 “국내에서 확인한 다양한 유료 이용자 전환 기제를 도입해 수익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를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글로벌 C2C 플랫폼 확장과 지식재산(IP) 사업 전개, 콘텐츠 자체 제작 역량 강화로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커머스와 콘텐츠가 각각 연간 42%, 33% 성장하며 전사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