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채팅소설' 서비스 이미지./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네이버, 카카오가 ‘짧은 길이’ 콘텐츠를 전사 서비스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쇼핑, 뉴스에 1분 내외 분량의 영상 콘텐츠를 도입한 데 이어 웹소설에도 편수 및 편당 분량에 제한을 둔 단편 콘텐츠를 선보인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한 ‘숏폼’에서 미래 충성고객 확보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각각 ‘미니노블’ ‘숏노블’이라는 이름의 숏폼 웹소설을 준비 중이다. 수백편에 이르는 긴 호흡의 중·장편 대신 짧지만 강렬한 내용의 단편 연재를 통해 Z세대 유입 및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다는 포석이다. 양사는 편당 분량을 5000자 내외로 줄이면 요약이 쉬워져 바이럴 마케팅에도 용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웹소설 숏폼화 첫 시도는 ‘채팅소설’… 영화 배급사와 협업도

양사 중 웹소설에 숏폼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식한 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지난해 9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채팅소설’ 서비스를 처음 공개했다. 채팅소설은 작품 속 인물들이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실시간 대화에서 형식을 따온 만큼 몰입감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용에 따라 내레이션이나 움직이는 이미지, 효과음을 더해 10대들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배급사 쇼박스와 협업해 연재한 채팅소설 ‘곤지암’을 통해 숏폼 웹소설로 지식재산(IP) 생태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추후 곤지암 캐릭터별 스핀오프 채팅소설을 선보일 계획이며, 최민식·김동휘 배우 주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채팅소설로 제작할 예정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미니노블의) 상표 출원은 마친 상태지만, 출시 일정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숏노블은) 기획 초기 단계에 있어 확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9월부터 '쇼핑라이브'에서 베타 서비스 중인 '숏클립'. /네이버 앱 이용화면 캡처

◇ 숏폼에 푹 빠진 네카오… 쇼핑·뉴스 곳곳에 ‘짧은 영상’ 배치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숏폼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작은 네이버가 지난해 1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쇼핑라이브’에 접목한 10분 길이의 영상 콘텐츠 ‘맛보기 숏핑’이었다. 본 방송에 앞서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해 실시간 문답 형식으로 상품을 빠르게 설명하는 영상이다. 네이버는 이후 판매자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지 않아도 독립된 영상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숏클립’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현재 정식 서비스 전환을 앞두고 여러 기능을 개편 중이다. 숏클립의 분량은 2분 내외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부터 뉴스에도 ‘1분 쇼트폼’ 코너를 신설, 각 언론사가 주요 뉴스를 짧은 영상으로 제작해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 뉴스 채널 ‘마이뉴스 20대판’ 코너를 통해 숏폼 영상에 뉴스를 압축한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네이버는 향후 ‘오픈톡’ 등에 공유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경기 영상을 늘려 스포츠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오픈톡은 네이버 이용자들이 특정 주제를 놓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채팅방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기간 관련 오픈톡에 278만명이 모였으며, 당시 네이버가 월드컵 소식과 일정, 경기 명장면 등을 1분 내외 길이로 제작한 영상은 일반 월드컵 영상보다 약 2.6배 높은 편당 평균 조회수를 기록했다.

카카오도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다. 네이버와 비슷한 시기에 모바일 다음 뉴스를 개편, 숏폼 형태로 뉴스를 제공하는 ‘오늘의 숏’을 선보인 카카오는 지난달 말부터 카카오톡 세 번째 탭 ‘뷰’ 속 ‘카카오TV’에도 이를 추가 노출 중이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각각 카카오톡 프로필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 숏폼 영상을 도입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2022년 결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숏폼은 카카오톡 프로필 개편 방안에 들어간다”며 “우선 이용자가 만든 숏폼을 넣고, 반응을 지켜본 뒤 전문가가 만든 숏폼을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 “짧으니 돈 되더라”… ‘시간 효율’ 장점에 중장년 선호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숏폼 콘텐츠를 키우는 건 ‘짧을수록 많이 보고 돈이 된다’는 업계 공식 때문이다. 국내 크리에이터 전문기업 콜랩아시아가 1500여개 보유 채널을 대상으로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 영상 한 개를 시청하는 시간은 2분에서 1분으로 짧아진 반면, 전체 채널별 시청 시간은 약 2.3배로 증가했다. 한 시청자가 약 10분 길이의 유튜브 영상 1편을 보는 것보다 60초 분량의 쇼츠(유튜브 숏폼 영상)를 10번 이상 보는 빈도가 늘었다는 의미다.

유튜브는 이런 시청자 행태에 주목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쇼츠 펀드’를 조성, 크리에이터들의 쇼츠 제작 환경을 지원하며 해당 시장의 수익성을 실험해왔다. 지난달부터는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을 쇼츠까지 확장했다. 쇼츠 피드 동영상 사이에 게재된 광고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월별로 합산해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당초 Z세대에 집중돼 있던 이용자 연령층도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숏폼 영상의 대표격인 틱톡의 10대 이용자 수가 지난 2021년 6월 기준 136만명에서 지난해 5월 174만명으로 28% 오르는 사이, 40대 이용자 수는 38만명에서 84만명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50대 이용자 수는 35만명에서 60만명으로 7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숏폼은 선택에 대한 번거로움을 없애주고 광고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과 여가활동의 효율성을 중요시 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장대한 서사 대신 캐릭터나 상황, 취향, 감성 등 원하는 주제에 몰두할 수 있는 점을 바탕으로 숏폼에 대한 관심이 장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