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그간 계열사 중심으로 전개해온 클라우드서비스제공(CSP) 사업을 ‘계열사 밖’으로 확장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정한 클라우드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던 황성우 대표의 일성이 차곡차곡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삼성SDS의 가세로 NHN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 ‘토종 3파전’이 ‘4파전’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16일 삼성SDS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초 동탄에 개관한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센터를 발판삼아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자사 CSP, 클라우드관리(MSP),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역량을 포괄한 새 브랜드 슬로건 ‘클라우드 심플리 핏’을 발표하며 “지난 2년간 클라우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기업 맞춤형 클라우드를 제공해 다양한 업종의 고객사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심플리 핏은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목표 설정부터, 도입 전 준비, 구축,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표방한다. 직접 돌아다니며 음식을 골라야 하는 뷔페에 지친 기업들에게 입맛에 맞는 한 가지 메뉴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기업은 그 자체로도 복잡한데 클라우드까지 복잡하니, 그 둘이 곱해지면 얼마나 복잡하겠는가”라며 “삼성SDS는 이를 클라우드 심플리 핏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통합(SI) 기업으로 출발한 삼성SDS는 지난 십수년간 삼성그룹 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 클라우드를 서비스하며 CSP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 황 대표의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에 따라 이를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한 뒤, 금융·제조·서비스 등 분야로 대외 고객을 늘리면서 SCP 기반 시스템 수를 200개까지 늘렸다. 여기에 삼성전자도 최근 자사 원격업무시스템(RBS) 인프라로 이용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를 SCP로 대체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SDS는 SCP를 자사 MSP 역량과 결합해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국내외 주요 클라우드 기업이 CSP나 MSP 중 하나에 집중하는 반면, 삼성SDS는 두 사업에 SaaS 사업까지 영위하며 클라우드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MSP는 삼성SDS가 30년 이상 IT 서비스 컨설팅·구축·운영을 통해 기술력을 쌓아온 영역이다. 삼성SDS는 MSP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1월 제임스 박(한국명 박상준) 전 아마존웹서비스(AWS) 글로벌 리더도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SDS는 이처럼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가 오는 2025년까지 진행하는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서 레퍼런스(도입 사례)를 쌓고 민간 기업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도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9월 전라북도 도청에서 추진하는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활용 모델’ 사업을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삼성SDS로서는 아직 태동기에 있는 공공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민간 시장은 사실상 외산 클라우드가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AWS가 2019년 77.9%, 2020년 70.0%, 2021년 62.1%를 기록하며 3년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MS는 2019년 6.7%, 2020년 9.4%, 2021년 12.0%로 2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같은 이유로 토종 CSP 3사가 공공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 수주 성과로 지난해 매출이 크게 뛴 NHN클라우드가 특히 사활을 걸고 있다. NHN의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기술 부문 매출은 지난해 30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클라우드 및 기타 매출은 5.3% 늘어난 4029억원을 기록했다. KT클라우드 매출이 포함된 KT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매출은 5236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공공 시장은 최근 ‘토종 대 외산’ 격전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개편하면서다. 정부는 지난달 CSAP 등급제를 시행하면서 ‘하’ 등급에 논리적 망 분리를 허용, 공공 시장을 외산 클라우드에 열어줬다. 논리적 망 분리는 기업이 민간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와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버를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 따로 조성해도 된다는 뜻이다. 외산 클라우드는 앞서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로 물리적 망 분리를 적용한 CSAP에 반발하며 완화를 요구해왔다.
업계는 삼성SDS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위한 데이터 이관 등 선제 작업을 부담스러워하는 기관들 눈에 MSP 사업을 겸하는 삼성SDS가 매력적일 수 있지만, 신규 플레이어가 파이를 키우는 건 통상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했다.
삼성SDS는 SI에서 CSP·MSP·SaaS로 포트폴리오를 넓힌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어떤 클라우드 기업보다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고 자신한다”며 “애플리케이션(앱) 현대화까지 아우르는 클라우드 전환 전 과정을 지원, 기업과 기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