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스토어 종료를 예고했다./홈페이지 캡처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지식재산권(IP) 확대 차원에서 시작한 ‘쿠키런 스토어’를 이달 말 종료한다. 작년 4월 시작한 서비스인데 채 1년도 안 되어 사업을 접는 것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높은 배송비와 통관비 때문이라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팬덤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기 없는 캐릭터들만 제품화하면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데브시스터즈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쿠키런 스토어 글로벌 서비스를 중단한다. 주문을 지난 6일까지만 받고 제품을 홈페이지에서 전부 내린 상태기 때문에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부터 1주일 동안은 재고 처리를 위해 제품 가격을 50~60% 가까이 할인하기도 했다. 데브시스터즈는 “글로벌 팬에게 더 가까이 굿즈를 제공하고자 (쿠키런 스토어가) 탄생됐지만, 높은 배송비와 통관비 등의 문제가 지속됐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쿠키런 스토어가 종료되는 것은 최근 데브시스터즈 자회사인 마이쿠키런이 사업을 중단하고 조직개편하는데 이은 후속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데브시스터즈 제공

데브시스터즈는 2021년 5월 팬 플랫폼 사업을 목적으로 마이쿠키런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웹툰·스토리 등 콘텐츠 채널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쿠키런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특히 ‘쿠키런: 킹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424% 급증했고, 이에 마이쿠키런 사업도 흥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쿠키런은 작년 4월 글로벌 쿠키런 스토어도 론칭했다. 하지만 마이쿠키런 사업은 반년 동안 매출 161만원,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했고 결국 올해 초 마이쿠키런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쿠키런스토어가 외면받은 이유는 데브시스터즈가 팬들의 선호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제품으로 만들어야 잘 팔리는데, 정작 팬들은 그닥 선호하지 않는 캐릭터들 위주로 상품화했다는 것이다. 쿠키런 게임을 즐겨한다는 한 사용자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눈설탕’이고 그 이외에도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많은데, 쿠키런 스토어에 출시된 제품들은 용쿠, 노움 캐릭터 위주였다”며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서비스가 종료돼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가 판매한 제품들이 피규어, 인형 제품 위주였다는 점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제품을 원하는데 그런 제품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넥슨은 지난해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와 협력해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제품 22종을 출시했는데, 하루 만에 69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출시된 제품은 핵심 캐릭터인 핑크빈, 예티, 돌의정령, 주황버섯, 슬라임을 활용한 무선 충전기, 가습기, 커피머신, 스피커, 스마트폰·워치 충전패드 등이었다. 그런데 쿠키런 스토어에서 판매한 제품들을 보면 인형과 피규어 이외에 생활용품으로는 자석, 머그컵, 스톱워치, 키링 정도여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이쿠키런이 팬 플랫폼 내 준비하던 서비스는 내부적으로 이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키런스토어 공식 스토어 서비스는 종료했지만 기존에 함께 운영하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아마존 브랜드몰에서는 굿즈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쿠키런 IP 상품은 그간 팬들의 니즈와 시즌 등에 맞춰 다양한 쿠키들을 기반으로 상품을 제작해왔다”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아마존 브랜드몰을 통해 IP 상품의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