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폴더블폰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텃밭을 기웃거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내수 시장에 집중해왔지만 올해부터는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며 가격은 낮추고 성능을 높인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폴더블폰 부동의 1위 삼성전자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며 중국 업체들의 가세가 폴더블폰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판 커지는 폴더블폰 시장… 중국 제품 출시 늘 듯
12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10곳의 업체가 37종의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개 브랜드가 19종의 폴더블을 출시했는데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올해 출시되는 폴더블폰 중 최소 16종이 클램쉘(조개껍데기) 모양을, 나머지는 책 형태의 디자인을 지닐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을 1850만대로 예측했는데 지난해 1280만대와 비교해 44%가량 늘어난 수치다.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1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51%)와 중국 화웨이(16%), 샤오미(3%) 등의 업체가 점유율을 나눠 가졌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오포(6%)와 화웨이가 휴대폰 브랜드로 독립시킨 아너(2%) 등이 새로 진출했다. 올해도 다른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글로벌 출하량 2000만대중 1500만대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앞세우는 中 업체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에 성능을 내세운 제품으로 시장 선두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려 하고 있다.
당초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지만 현재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제나 박 카운터포인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부터는 다양한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오포가 출시한 폴더블폰 파인드 N2 플립은 3.26인치의 대형 외부 디스플레이로 날씨나 알림 확인을 쉽게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최대 40만번 접을 수 있는데 하루에 100번을 접고 펼치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오포의 주장이다. 가격은 130만원대로 삼성 Z플립 시리즈보다 최소 15만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는 지난달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200만원대의 프리미엄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화면을 펼치면 7.9인치, 접히면 6.45인치의 크기로 각각 7.6인치, 6.4인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4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용량은 5000mAh(밀리암페어)로 삼성전자의 제품보다 15% 가까이 더 크다. 이 제품은 유럽에서 209만원 수준인데 251만원인 삼성 갤럭시Z폴드 4보다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을 반기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미래는 폴더블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라며 “시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이 폴더플폰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 독무대
다만 한국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을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폴더블폰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는데다 보안 관련 위험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2021년 샤오미의 스마트폰인 홍미노트가 출시된 적은 있으나, 아직까지 중국 폴더블폰이 국내 시장에 출시된 적은 없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라인업 중에서도 저가형 제품이 많아 굳이 중국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산 통신 기기와 관련해 보안 문제도 제기돼 왔기에 국내에 정식 출시될 가능성이 높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