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왼쪽),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조선DB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이 카카오로 넘어간다. 하이브가 카카오와의 협상에서 경영권을 넘기는 쪽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한 ‘한국판 디즈니’를 구상 중인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넘기는 식으로 분쟁에서 빠지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이브는 이날 입장문에서 “시장 과열로 SM 인수가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와 논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두 회사는 대승적인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라고 했다.

하이브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카카오와의 SM 인수전이 1조원대의 ‘쩐의 전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SM 주가는 한 달 새 2배 이상 뛰었다. 결국 누가 인수하더라도 비싼 가격에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금융당국도 시세 조정 등 불공정 행위가 없었는지를 살펴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하이브, SM과의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다”라며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했다.

이어 “하이브의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오는 26일까지 예정된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겠다”라며 “하이브와 SM과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SM의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기 위해 SM의 자율·독립적 운영을 보장한다”라며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SM의 글로벌 지식재산권(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정보기술(IT)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만들겠다”라며 “이를 통해 각 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K컬처 산업이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의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SM과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하면서 카카오엔터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업계는 카카오엔터가 이르면 올해 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면 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스케일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다”라며 “카카오엔터 IPO 모멘텀이 본격 점화됐다”라고 했다.

한편 카카오엔터는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자회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54개(지난해 3분기 기준)다. 분야는 음악, 웹툰, 웹소설, 기획사, 영상 제작사 등으로 다양하다. 어썸ENT(박서준·김유정 등),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한효주·한지민·김고은·박보영 등), 제이와이드컴퍼니(이보영·이상윤 등), 킹콩바이스타십(송승헌·유연석·이동욱·이광수 등), 숲엔터테인먼트(공유·공효진·전도연·정유미·수지·남주혁 등), VAST엔터테인먼트앤미디어(현빈·이연희 등), 크로스픽쳐스·바람픽쳐스·메가몬스터·로고스필름 등이 대표적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미래 10년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를 제시했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는 자회사를 뮤직·스토리·미디어 3개 부문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IP를 기반으로 영역 간에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SM 인수는 한국판 디즈니 탄생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