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EMC, HPE 등 대형 서버 고객사들이 최근 재고 과잉에 시달리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메모리 주문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부가가치 시장이자 영업이익률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서버용 시장 마저 휘청거리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인텔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와 함께 대대적으로 서버 교체를 준비하던 델EMC, HPE 등이 플랫폼 도입을 하반기로 줄줄이 미루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 재고 과잉으로 인해 기존 DDR4 물량을 털어내지 못한 서버 고객사들이 DDR5 도입을 주저하거나 하반기로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델EMC와 HPE는 서버 시장 강자들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 고객사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델EMC는 서버 시장 점유율 19.1%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HPE는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를 비롯해 세계 각국 IT 기업들에 서버 제품을 공급한다.
문제는 서버 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서버 출하량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한 1443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전년 대비 3.7% 성장)보다 대폭 낮아진 전망치다.
경기 침체, 환경 규제 등으로 예상보다 서버 교체 수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트렌드포스는 “서버 CPU 플랫폼의 발전이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출하량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DDR5 세대 교체 수요가 메모리 업황 둔화를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점점 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견조하게 이어지던 중국향 물량도 하향세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빅테크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를 미루면서 서버 기업인 인스퍼, ZTE 등도 한국산 메모리 구입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용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하락세도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떨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지닌 서버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이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역시 전 분기 대비 10~15%의 가격 하락이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2조37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83.2% 축소된 수치다. 일각에서는 1분기 DS(반도체)부문에서만 2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DS부문의 영업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는 2조7022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커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