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서비스 유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화형 AI 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 중 각각 보유한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와 ‘코지피티(KoGPT)’를 기반으로 오픈AI의 ‘챗GPT’에 맞설 대화형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연내 ‘클로바노트’를 유료화할 방침이다. 클로바노트는 AI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녹음 파일의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서비스다. 현재 시범 서비스 중으로, 매달 300분의 무료 이용 시간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네이버 측은 “구체적인 방향이나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유료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 1월 사용자의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3차원(D) 아바타 이미지를 만드는 ‘AI 아바타’를 월 4500~9900원에 출시했다. 스노우는 두 달 만에 사용자 70만명을 모은 이 서비스를 최근 일본에 이어 중국에도 선보였다. 스노우 측은 “AI 아바타는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사진을 참고해 이전에 없던 이미지를 그린다”며 “사용자의 얼굴 사진을 단순히 캐릭터화하는 기존 ‘AI 필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올 1분기 내에 이미지 생성 애플리케이션(앱) ‘비^디스커버’의 전문가 버전을 유료로 출시할 예정이다. 비^디스커버는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중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200만장 이상을 변환했다.
챗GPT 열풍을 계기로 AI 기술을 유료화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네이버는 그간 광고 문구 작성 등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중심으로 AI의 활용처를 모색하는 데 그쳤다. 2021년 ‘클로바더빙’의 유료 버전을 공개하며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영역에 진출하긴 했지만 올해 들어서야 그외 서비스의 유료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클로바더빙은 AI 음성합성 기술로 동영상 또는 PDF 파일에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목소리로 변환하는 서비스다.
다만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화형 AI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란 해석이 많다. 대화형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언어모델은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뉴스트리트리서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기존 검색엔진 ‘빙’을 대화형 AI 형태로 고도화해 선보인 ‘뉴빙’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프라 비용으로만 최소 40억달러(약 5조1912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언어모델 훈련 및 배포 비용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
운용 비용은 더 하다. 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구글이 대화형 AI ‘바드’를 활용해 검색엔진을 운용하려면 2024년까지 최소 60억달러(약 7조7802억원)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이 지난해 처리한 총 3조3000억건의 사용자 검색의 절반가량을 바드가 50자 내외의 답변으로 처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나온 수치다. 구글이 바드의 답변 길이를 늘리거나 바드를 찾는 사용자가 늘 경우 비용은 이보다 늘 수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수익은 600억달러(약 77조8140억원)다.
업계는 오픈AI가 챗GPT 유료 버전의 출시를 서두른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픈AI는 챗GPT 출시 두 달 만인 지난달 2일 미국에서 월 20달러(약 2만5934원)의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챗GPT를 공개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적절한 시점에 유료화를 해야겠다”며 “챗GPT 구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눈물날 정도로 비싸다”고 썼다. 챗GPT 검색 1회당 답변 비용은 1~2센트 정도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화형 AI를 통해 자사 언어모델의 우수성을 입증한 뒤, 이를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할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일 2022년 결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내로 네이버만의 향상된 검색 경험인 ‘서치GPT’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라며 “하이퍼클로바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유료 B2B 시장도 열리고 있기 때문에 서치GPT 투자를 통해 수익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지난달 10일 실적발표 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AI 등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코지피티를 활용해 카카오가 잘 할 수 있는 버티컬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한다. 연내 AI 기반 버티컬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면서 비용 경쟁력 있게 AI 역량을 높여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상반기 중 ‘코지피티 3.5′를 발표하고, 이를 연내 대화형 AI ‘코챗GPT(가칭)’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비 기술력은 떨어져도 기술을 일상에 녹여내는 서비스는 잘 만드는 편이다”라며 “이미 여러 서비스를 선보인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