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오리진./라인게임즈

라인게임즈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신임 대표로 지난달 판사 출신인 박성민 이사를 선임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발자 출신인 김민규 전 대표는 최고제품책임자(CPO·Chief Product Officer)로서 신작 개발에 집중한다. 운영과 개발 분야에서 각자의 영역에 집중해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라인게임즈는 설립 이후 매년 적자에 시달렸으며 이렇다 할 히트작도 없는 상황이다. 경기침체로 증시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라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박성민 신임 대표이사는 1983년생으로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39기를 수료했다. 2013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용돼 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 등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라인게임즈에 합류했다. 그는 그간 리스크관리실장으로서 라인게임즈의 리스크 관리 및 핵심 사업의 의사결정을 담당해왔다.

김 전 대표는 라인게임즈 전신인 넥스트플로어 창업주로서 지금까지 라인게임즈를 이끌어왔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대한민국 최장수 게임 중 하나인 ‘드래곤 플라이트’를 탄생시킨 인물로, 앞으로 개발 일선에 복귀해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며 “박 신임 대표가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라인게임즈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라인게임즈는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라인이 2017년 모바일게임 개발사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하며 설립됐다. 네이버→A홀딩스→Z홀딩스→라인→라인게임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라인이 지분 35.66%, 사모펀드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가 지분 21.42%를 갖고 있다. IPO에 성공하면 네이버 계열사 중 1호 상장사가 된다. 업계에선 라인게임즈가 IPO 과정에서 조 단위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 텐센트를 중심으로 여러 기업들이 라인게임즈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당시 라인게임즈가 9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라인게임즈가 설립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영업적자는 2017년 14억원, 2018년 137억원, 2019년 431억원, 2020년 368억원, 2021년 520억원으로 늘었다. 넥스트플로어 시절 드래곤 플라이트를 출시한 이후 인기 신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게임사 실적이 좌우되는 만큼 라인게임즈도 올해 출시될 게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오는 7일 PC·모바일 멀티플랫폼 게임인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일본, 북미, 유럽, 중화권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또 올해 안에 PC 게임 ‘퀀텀 나이츠’와 콘솔 게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등 다양한 플랫폼의 신작을 내겠다는 목표다.

박성민 라인게임즈 신임 대표./라인게임즈 제공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분야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항해시대 시리즈 중 최고 인기작으로 평가받는 ‘대항해시대 2′를 리메이크하면서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국무총리상(최우수상) 등 4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이 불친절하다’ ‘진행이 느리다’ 등의 비판도 받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IPO 시장도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IPO를 목표로 했던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상장을 철회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모바일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인데,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규모가 큰 회사는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IPO에서 흥행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인게임즈의 경우 ‘쪼개기 상장’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이자 카카오의 손자회사인데, 지난해 국민청원에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분할 상장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웹툰 등에 대해 상장 가능성이 언급되자 계열사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