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 /MWC 홈페이지 캡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오픈AI가 만든 초거대 AI 언어 모델 챗GPT가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가 MWC에 참가해, 여러 기업과의 AI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여기에 최근 유럽에서 ‘무임승차’ 논란을 촉발한 망 사용료 문제도 시대 흐름에 맞춰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오는 27일(현지 시각)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MWC 2023′을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내일의 기술을 실현하는 오늘의 속도(Velocity)’다. 160여 개국에서 2000개 넘는 업체와 기관이 참석한다.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와 더불어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로 불린다.

MWC 행사장 전경./GSMA

◇ AI 전쟁터 된 MWC

올해 MWC에서는 오픈AI에 12조원을 투자하는 MS가 참여한다. 최근 MS는 자사의 검색 포털사이트 ‘빙’에 챗GPT AI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프란시스코 벤투리니 MS 부사장은 MS 홈페이지를 통해 ‘MS 클라우드를 통한 통신사(telco)에서 기술기업(techco)으로 전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MS의 오픈AI와 확장된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새로운 버전의 자사 검색엔진 빙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는 SK텔레콤(017670)KT(030200),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에 스타트업을 포함해 총 130곳이 MWC에 참가한다. SKT는 300평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마련해 다양한 AI 기술을 공개한다.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을 비롯해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사피온, 로봇·보안·미디어,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된 비전 AI를 공개한다. 또 스마트시티 및 교통 영역에 활용 가능한 로케이션(Location) AI 솔루션 리트머스(LITMUS)와 반려동물의 엑스레이(X-ray) 진단을 돕는 의학 AI 엑스칼리버 등을 소개한다.

특히 SKT는 오래된 정보를 기억해 대화에 활용하는 ‘장기기억’ 기술과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과 음성 등 복합적인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이 장착된 에이닷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연한다.

이 밖에 SKT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코난테크놀로지 ▲MOLOCO(몰로코) ▲BESPIN GLOBAL(베스핀글로벌) ▲Swit(스윗) ▲Phantom AI(팬텀 AI) 등 다양한 AI 파트너사들의 기술도 공개한다.

KT는 ‘디지털 시대를 개척하는 DX 파트너, 디지코 KT’를 주제로 전시관을 열고 AI 반도체와 로봇,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소개한다. 전시관은 인더스트리 시티(Industry City)에 위치하며, ▲DX 플랫폼 ▲DX 영역확장 ▲DX 기술선도 등 총 3개 테마존으로 구성된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제공

DX 플랫폼 존에서는 KT의 초거대 AI ‘믿음’ 소개 영상을 비롯해 개방형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를 만나볼 수 있다. 지니랩스에 공개된 다양한 API 중 이미지와 영상을 분석하는 비전 AI 기술이 소개된다. 또, KT AI의 핵심 전략인 ‘AI 풀스택(Full Stack)’을 함께 구축하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제작 기술과 모레의 AI 인프라 솔루션도 주요 전시품이다.

또 KT는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운송경로를 제공하는 ‘리스포(LIS’FO)’와 AI를 토대로 물류센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솔루션 ‘리스코(LIS’CO)’와 화주와 차주를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플랫폼 ‘브로캐리(Brokarry)’도 공개한다.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MWC에 참가하는 LG생활건강(051900)은 미니 타투 프린터 ‘IMPRINTU’(임프린투)를 공개한다. 이 제품은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디자인 도안을 제공한다.

◇ 메타버스에서 UAM 타고 로봇이 만든 커피 마신다

ICT 기업들의 UAM, 메타버스, 로봇 경쟁도 예상된다. SKT는 세계적인 UAM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의 기체를 기반으로 제작한 실물 사이즈의 UAM 모형 기체로 서울과 부산을 직접 운전해볼 수 있는 가상 체험 시뮬레이터를 공개한다. 관람객은 직접 항공기를 조종하며 SKT가 자체 개발한 4D 궤적기반운항 관제 플랫폼을 이용해 궤적 예측, 항로 이탈 알람 기술을 통한 충돌 관리, 출발·도착 정시성 등을 경험해볼 수 있다.

SK텔레콤이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인공지능(AI) 바리스타 로봇'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SKT 제공)

또 SKT는 지난해 11월 전 세계 49개국에 동시 출시한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도 선보인다. 관람객은 가상 공간에 나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하고 상상만 했던 나만의 의상을 직접 만들어 아바타에 적용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 SKT는 이번 MWC에서 이프랜드에 적용될 경제 시스템에 관해서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KT도 관공서와 지자체,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와 개인만의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를 공개한다.

SKT는 퀄컴, AI 기반 로보틱스 플랫폼 전문기업 인티그리트가 협력해 제작한 ‘에어패스 로봇’을 공개한다. 또 두산로보틱스 로봇에 SK텔레콤의 AI, 빅데이터, 보안 기술 등을 결합한 무인 커피 로봇도 소개된다. KT도 이기종 로봇 통합 서비스 플랫폼 ‘로봇 메이커스’와 냉·온장 상태로 배송이 가능한 ‘배송로봇’, 전시관 현장을 자동으로 돌아다니며 방역하는 ‘방역로봇’ 등을 소개한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49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SK텔레콤 제공

◇ 올해 MWC서 ISP-CP ‘망 사용료 격돌

올해 MWC에서는 망 사용료 논란도 공개 석상에서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달부터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주최 측인 GSMA는 220여 개국 750여 개 통신사업자가 참여하는 단체로, 망 사용료 문제의 주요 이해 관계자다.

MWC 개막 첫날(2월 27일) 예정된 제1 기조 세션의 주제는 ‘공정한 미래’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될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망 이용료 부과와 관련한 법안의 도입 필요성을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도 “빅테크 기업이 통신 네트워크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MWC 2023에서 협의할 준비가 됐다”라고 밝혔다.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은 행사 둘째날인 2월28일(현지시간) 오전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을 실현하다' 세션에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건강 문제로 불참하게 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대신해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이 참석한다. /MWC 홈페이지 캡처

또 MWC에선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을 실현하다’란 주제로 세션도 열린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 총괄 부사장을 비롯해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미국 메타의 고위 임원 등이 패널로 참석한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처럼 도이치텔레콤과 메타가 망 이용료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다.

당초 망 이용료 논쟁은 지난 2020년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요구하는 국내 인터넷망 서비스 업체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서 자신들은 책임질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으려고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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