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스레인지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지 시장에 전기레인지를 선보이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수혜를 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회사는 현지 시장에 특화된 전기레인지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등급의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달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가스레인지에 대한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관련단체의 반발로 아직 실제 금지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정부가 마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전기레인지를 신규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구입비 최대 840달러(약 109만원)와 배선 공사비 2500달러(약 325만원)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가스레인지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전기레인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가정에 설치된 조리기기 중 전기레인지 비중은 68%로 가스레인지(32%)보다 높았다. 최근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내 일부 도시에서 신축 건물에 가스레인지 설치를 금지하는 조례안이 통과돼 전기 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기레인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LG전자는 2013년부터 전기레인지를 미국에서 출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9%이며 LG전자는 15.5%를 기록하고 있다. GE(16.7%), 월풀(15.8%)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전부터 전기레인지 라인업 강화에 힘써온 만큼 미국 시장의 변화가 매출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컨슈머리포트는 최고의 전기레인지로 LG전자 제품(LTE4815ST)을 선정했다. 쿡탑의 고온과 저온 요리, 직화 조리법인 브로일링(Broiling)을 비롯한 주요 부문 성능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탁월’을 부여했다. LG전자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전기레인지(NE63T8751SG)가 2위에 선정됐고, 3위로는 LG전자의 다른 모델(LDE4413ST)이 뽑혔다.
두 회사는 미국 시장에 기능을 강화한 전기레인지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의 인덕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7400W(와트)의 고화력으로 많은 요리를 한꺼번에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전자도 지난해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라인인 ‘스튜디오’ 인덕션 제품을 미국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향후 미국 조리기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레인지나 오븐 등을 포함한 미국 주방 조리기기 시장에서 한국 가전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5.5%에서 2021년 7%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8937만달러(약 1166억원)에서 1억6506만달러(약 2154억원) 규모로 늘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조리기기 시장에서 이미 입지를 다졌다”면서 “두 회사 제품이 기기 간 연결 등 편의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어 전기레인지 시장 점유율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