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 중 발췌. /과기정통부

국가 주도 ‘인공지능(AI) 반도체팜’ 사업 수주를 위한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가 더 많은 실증 사례 확보를 목표로 국내 클라우드 기업 2곳,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2곳, AI 서비스 기업 2곳 등 최소 6개 기업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다. 특히 광주 ‘NPU(신경망처리장치)팜’은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사업의 근간이 될 예정이어서 3사의 치열한 물밑 접촉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6일 통합공고한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 중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가 주목하는 건 ‘AI 반도체팜 구축 및 실증’과 ‘AI 반도체 시험검증 환경 조성’ 등 2개 사업이다. 두 사업은 구축 장소만 다를 뿐 국산 NPU팜을 만든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예산도 65억4400만원으로 같다. 정부는 광주 AI집적단지와 민간 데이터센터에 각각 NPU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축 비용은 정부가 66%, 기업이 34%를 부담한다. 소유권은 기업이 갖는다.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 입장에서는 부지 마련부터 쉽지 않은 데이터센터를 정부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얻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NPU팜 구축 사업과 기존 AI·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사업을 연계해 올해 7개 사업(376억원) 공모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1000억원(잠정)을 투자할 방침이다.

광주 NPU팜은 정부가 공공 분야 중심 AI 서비스를 실증할 곳이어서 3사가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사업을 수주한 기업은 올해 405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NPU팜 구축·운영을 넘어 정부가 오는 3월 발표할 각종 과제까지 따낼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광주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에 들어서는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국토교통부 제공

NHN·KT·네이버는 앞서 공공기관에 인프라 등을 제공하며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NHN은 지난해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AI 관련 사업을 포함하는 기술 부문에서 30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5% 늘어난 것으로, NHN 전체 연결 매출 증가율(10.0%)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부문에서 전년 대비 14.8% 증가한 523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KT의 기업간거래(B2B) 디지털 전략 사업 부문인 디지코B2B(11.4%)보다 높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5.3% 증가한 클라우드 및 기타 부문 매출 4029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네이버웍스·네이버클로바·네이버랩스 매출을 모두 합한 값이다.

때문에 3사는 일찍이 AI 반도체 팹리스와 동맹을 맺으며 이번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 참여를 준비해왔다. NHN클라우드는 사피온과, KT클라우드는 리벨리온과, 네이버클라우드는 퓨리오사AI와 각각 손을 잡았다.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10월 사피온과 함께 판교 NHN데이터센터에 NPU팜을 구축한 경험이 있으며, KT클라우드와 네이버클라우드는 모회사를 통해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에 수백억원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컨소시엄 구성 조건이 나오면서 3파전은 새 국면을 맞이했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안에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가 최소 1곳의 경쟁사와 협력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두 사업의 사업신청 기한을 오는 3월 20일로 정했다. 사업자 선정 통보도 3월 중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여러 변수로 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최대한 3월 안에 협약을 체결하고 4월에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3사는 지체 없이 컨소시엄 재구성에 착수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고가 당초 발표된 일정보다 늦게 나왔다”며 “관건은 클라우드 기업인데, 어디와 힘을 합치는 것이 좋을 지를 놓고 계속해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AI 서비스 기업은 그 수와 종류가 많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낄 것 같지 않지만, 컨소시엄 구성 조건이 이전 다른 사업과 달라 촉박한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각 사가 사업 총괄을 수행하는 주관 기관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율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사업 주관 기관을 1곳으로 제한했다.

정부는 국산 NPU를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을 기획했다. 우선 2곳의 NPU팜을 활용해 민간·공공 분야에서 각각 4건 이상의 AI 서비스를 실증하고, 올해 12월 중 1차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국산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의 저전력화 및 클라우드와 AI 서비스 비용 절감 부분에서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향후 글로벌 진출도 가능한 성공 레퍼런스(도입 사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