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 상반기 내에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추가로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통신업계는 “당장 출시할 계획은 없다”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통신업계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제를 만들라고 지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물가·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방향’에서 이용자의 요금제 선택권을 확대하고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 데이터 제공량 40~100기가바이트(GB)의 5G 중간요금제 출시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통신사와 협의하겠다”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추가 5G 중간요금제를 통신요금 부담을 낮추는 대책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8월 데이터 제공량 24~31GB의 5G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지난해 5G 서비스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9GB 수준이다. 통신사들이 앞서 만든 5G 중간요금제가 이 구간을 충족한 상황이다. 요금은 6만원 전후로 형성된 상태다.
정부가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은지 6개월 만에 추가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면서 통신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늘어나자 민간 기업의 선택권인 통신요금을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이용자들이 필요로 할 경우 추가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검토할 수 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가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밀어붙이고 있다”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사 임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정권이 통신요금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번 정부는 5G 중간요금제 신설이 통신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통신사와 별도 논의 없이 정부 측이 일방적으로 5G 중간요금제를 상반기 내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게 팩트다”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의 볼멘소리에도 여론은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지난해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신 3사의 역대급 실적에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큰 5G 요금제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
시민단체도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에 동조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데이터를 월 평균 60GB 가량 쓰는 소비자는 더 비싼 100GB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소비자들이 필요한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라고 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통신 3사가 통신요금 부담 완화나 이용자 후생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국민 요구나 해외 사례 등 객관적 성과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다”라며 “추가 5G 중간요금제를 올해 상반기 내에, 5G 시니어 요금제를 다음 달까지 출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