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뉴스1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인재 부족 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두루 겸비한 ‘통섭형(通涉型)’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이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강한 경각심을 드러냈다. 회사의 중장기적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회사에 붙잡아 둘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는 단순히 제조 부문에 특화한 인재상만을 바라지 않는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 등 반도체 사업의 많은 부문에서 인재들을 균형있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7개의 전국 대학을 통해 균형 있는 인재 육성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인재양성과 관련해 대학교를 근간으로 저출산 문제 만큼이나 복잡다단한 함수를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재를 회사로 유치해 잡아두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인텔,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떠나는 핵심 인력에 대해 우려한 박 부회장은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우 강원도 춘천에 기숙사와 인프라를 조성해 인재들이 잘 모여있게 하는 방식으로 이직률을 낮췄다”며 “(반도체 기업도) 그런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연합뉴스

김기남 SAIT(옛 삼성전자종합기술원) 회장도 챗GPT와 같은 혁신 AI 기술이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우수 인력 양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우수한 인력”이라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업이 건실하게 운영되려면 단단한 (인력)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삼성 역시 인력 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과도 만들고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학계, 업계가 함께 노력해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를 먼저 키우고, 그리고 소부장, 가장 시간이 오래 필요한 팹리스를 나중에 키우는 방식으로 제한된 리소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