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가 클라우드 기업으로 거듭난다. 1998년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으로 출발한지 25년, 2017년 웹 애플리케이션 방화벽(WAF)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어 해당 분야 세계 1위를 탈환한지 6년 만이다.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135개국 34만5000개 서버를 운영하며 쌓아온 고객층과 보안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클라우드’를 선보인다는 포부다.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14일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를 출시하고 연내 북미, 아시아태평양(APAC), 라틴 아메리카 및 유럽 전역에 13개 데이터센터와 50개가 넘는 지역 거점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경준 아카마이코리아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아카마이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향후 10년 내 클라우드 업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서비스형 인프라(IaaS) 플랫폼 제공업체인 리노드(Linode)를 인수하는 데에만 약 1조원을 투입했다. 한국에도 올해 안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관련 인력을 충원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합리적인 데이터 반출(data egress) 가격을 자사 클라우드의 최장점으로 꼽았다. 전 세계에 보유한 CDN을 활용해 타사 대비 최대 ⅓ 수준에 요금을 책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상진 아카마이코리아 상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프레미스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시간이 흘러 데이터 트래픽은 늘었고, 자연히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상무는 이어 “일부 대기업은 온프레미스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등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업은 그럴 여유가 없다”며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여기서 사업 기회를 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클라우드 사업을 먼저 시작한 뒤 CDN 확보에 나선 경쟁사들과 달리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갖고 있는 수많은 CDN에 클라우드를 결합한 것”이라며 “가격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곳곳에 데이터센터, 지역 거점을 세운 터라 데이터 전송 속도도 빠르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우선 기존 CDN 고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타사 클라우드에서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고객에게는 맞춤 컨설팅을 제공한다. 강 상무는 “타사 클라우드 고객 중에는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의 CDN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에 이미 관심을 갖는 고객도 있다. 이들을 시작으로 고객 수를 점점 더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발생 시점은 올해로 봤다. 이 대표는 “구체적인 목표액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연내 매출 발생을 자신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금융, 제조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규모 대비 데이터 트래픽 규모가 크고 글로벌 사업자가 많은 시장이다”며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업자(CSP) 매출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평균적으로 1% 안팎인데, 이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 전송부터 보안, 플랫폼까지 모두 제공하는 곳은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가 유일하다”며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는 이미 보안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한 경험이 있다. 클라우드에서도 매년 빠르게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