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빅테크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에이닷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챗GPT로 고도화한 에이닷을 연내 정식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어떤 업체와 협업할지 관심이 모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물론, 오픈AI 2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언급되고 있다. 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아마존과 협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SK텔레콤도 아마존과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 오픈AI, MS, 아마존 등과 협력 가능성
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AI 서비스인 에이닷에 챗GPT를 접목하고 올해 안에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에이닷은 거대언어모델 GPT-3를 기반으로 하는데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한국어 특화 서비스로 개발했다. SK텔레콤은 2017년경부터 AI 언어 모델을 개발해왔는데 그간 GPT-3에 이용된 데이터가 영어 기반이었기 때문에 한국어 중심의 GPT-3 개발에 집중한 것이다. 에이닷은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어를 토대로 하다 보니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AI 모델에 비해 데이터가 부족해 ‘지식 대화’ 분야에선 현재로썬 경쟁력이 밀린다는 평가가 있다. 또 아직까지는 개인화가 돼 있지 않아 대화 상대에 상관없이 똑같이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해 영어 기반의 챗GPT를 접목하면 지식 대화 능력도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명령 위주의 ‘목적성 대화’, 친구처럼 사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감성 대화’ 뿐 아니라 정보가 필요할 때도 에이닷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SKT 에이닷 추진단 담당은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챗GPT 형태로 고도화 하는 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빅테크 기반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에이닷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하겠다. 해외 사업자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챗GPT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개발사인 오픈AI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오픈AI로부터 챗GPT 관련 기술을 제공받거나 지적재산권(IP) 사용권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챗GPT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정 환경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여러 해에 걸쳐 챗GPT형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서버를 구축했다. 챗GPT를 모방한 전용 칩이 나와서 비용을 줄여나가는 방안이 도입될 수 있다”고 했다.
오픈AI의 2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와 SK텔레콤이 협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0억달러(12조원)를 투자하며 강력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전날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서비스에 챗GPT를 접목한 ‘빙’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검색 서비스가 에이닷의 지식 대화에 접목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또 앞서 SK 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 캔들(NUGU candle)’에는 아마존의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Alexa voice service)’가 탑재되기도 했다. 이에 SK텔레콤이 에이닷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아마존과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이달 안에 장기기억 기술을 에이닷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장기기억 기술을 적용하면 이용자가 과거에 입력했던 정보를 반영해 개개인에 맞게 맞춤형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그동안 이용자 유형에 맞춰 개인화 데이터를 제작하며 AI를 학습시켜왔다. 텍스트 이외에 음성, 이미지, 제스처, 생체 신호 등 여러 방식의 데이터를 인간처럼 종합 추론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술도 이달 중 적용하겠다는 목표다.
◇ KT, LG유플러스도 초거대AI 개발 뛰어들어
SK텔레콤 이외에 KT와 LG유플러스도 AI서비스 고도화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믿음을 활용해 AI 전문상담, AI 감성케어 등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KT는 믿음을 AI컨택센터(AICC) 서비스인 ‘에이센 클라우드’ 등 B2B 서비스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AI 통합 플랫폼인 ‘익시(ixi)’를 준비중이다. 음성·언어·검색·추천·예측 등 AI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초거대 AI ‘엑사원’을 개발하는 LG AI연구원과도 협업할 전망이다.
통신사들이 도전장을 낸 ‘한국형 AI’ 서비스는 한국어에 좀 더 친숙하면서도 사람에 가까운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게 목표다. 이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의 각종 모바일 서비스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 기업 고객들의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사들은 가입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어 AI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보유한 ICT 인프라와 딥러닝, 클라우드 등 각사가 최근 집중 투자하고 있는 기술들을 융합하면 AI와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