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전국 등록 장애인의 95%가 구강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장애인 진료를 하는 치과는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블루레오가 개발한 전동흡입칫솔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환자의 구강건강을 지켜주는 제품이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20대 청년은 생각했다.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칫솔은 왜 없을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양칫물을 흘리거나 삼키기 일쑤였다. 대부분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양칫물을 게워내야 하는 작업은 고된 노동에 가까웠다.

이승민 블루레오 대표가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약자를 위한 전동칫솔을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양치와 양칫물 흡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동흡입칫솔이 있으면 장애인과 노인,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블루레오를 설립했고 3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2019년 전동흡입칫솔 G100을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블루레오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몸이 불편한 분들의 구강 관리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정신 및 육체적으로 너무 큰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흡입 기능이 있는 전동칫솔을 개발해 사업화에 도전하게 됐고, 복지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했다.

블루레오 전동흡입칫솔 G100 소개 자료. /블루레오 제공

블루레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동흡입칫솔 G100은 스스로 양치가 어려운 장애인과 환자 등을 위해 보호자가 대신 양치를 해줄 때 사용하는 칫솔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일반 전동칫솔과 비슷하지만 보호자가 사용하기 편하게 구동 버튼을 제품 후면에 배치했다. 또 칫솔모에 작은 구멍을 뚫어 분당 500㎖의 양칫물을 흡입할 수 있다. 흡입한 양칫물은 전용 호수를 통해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아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전동흡입칫솔은 치과에서 진료받을 때 입안의 물을 흡입하는 것처럼 전동칫솔로 양치하면서 입안의 거품 등 양칫물을 흡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라며 “양치를 대신해 주는 가족과 요양사 등 보호자의 양치서비스 시간을 기존 대비 60% 이상 줄일 수 있어 보호자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복지현장에서 목격하고 체험한 경험을 토대로 전동흡입칫솔을 개발했고, 제품을 개발한 이후에도 보호자와 요양보호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흡입력이 너무 강해 볼살이 빨려 들어온다는 지적 등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제품을 수정·완성했다”라며 “여러 차례의 피드백을 거친 만큼 보조공학사, 사회복지사의 긍정적인 평가와 지지를 얻고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블루레오의 전동흡입칫솔은 미국, 노르웨이, 호주 등 복지 선진국에서 이미 유명한 상태다. 이 대표는 “전동흡입칫솔은 20개여국 30여개 고객사를 통해 유럽과 북미, 일본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라며 “복지 선진국의 임상 연구와 사용성 평가 등에 적극 참여해 성능을 인정받았다”라고 했다. 이로 인해 블루레오 매출의 40%는 유럽에서 나오며, 미국 매출도 전체의 30%에 달한다.

블루레오는 전동흡입칫솔 G100을 지역별 제품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깨끗한 세정수도 함께 분사하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세정수 공급부터 양치, 양칫물 흡입까지 전동칫솔 하나로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의료시설 침상에 눕거나 휠체어에 앉아 양치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양치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블루레오의 목표는 몸이 불편한 누군가를 위해 양치를 대신해 주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블루레오 전동흡입칫솔 소개 영상

그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구강용품 전문화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노인, 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구강건강 관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라며 “블루레오는 이런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데 소명을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라고 했다.

블루레오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위한 전동흡입칫솔과 함께 보호자용 일반 전동칫솔도 내놨다. 보호자의 건강을 함께 챙기는 동시에 사용자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노력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9년 블루레오의 매출은 1억60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5억8000만원, 2021년 12억원, 2022년 1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대표는 “블루레오는 지난 2016년 법인 설립 후 지난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했다”라며 “올해 2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규모의 경제와 외형 성장을 함께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