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논의를 하는 데 시기상조란 없다고 생각한다. 6세대 이동통신(6G)이 연구개발(R&D) 단계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국제사회가 주파수 대역과 표준, 규약을 정의하기 알맞은 때다. 이는 미래 기술이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 역할을 한다. 한국과 핀란드를 비롯해 여러 마음을 같이 하는 국가가 여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과 핀란드가 6G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하라카 장관은 “이런 점에서 비춰봤을 때 모바일 데이터 및 기술 강국인 한국과 핀란드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특히 중요하다”며 “한국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을 상용화했다. 그 뒤를 핀란드가 이었고, 현재 핀란드 인구의 85%가 5G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두 나라가 차세대 네트워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했다.
하라카 장관은 이날까지 이틀 일정으로 알토대, 헬싱키대, 오울루대, VTT 등 자국 유명 대학 및 연구소 관계자, 노키아, IQM 등 기업 임직원으로 구성된 대표단 37명과 함께 방한했다. 하라카 장관은 “6G, 양자, 우주 기술에 특화된 기업 및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꾸렸다”며 “세 분야 모두 핀란드가 경쟁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방한 기간 한국 기업, 연구기관을 방문해 공통 관심사와 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과 별개로 하라카 장관은 전날 박형준 부산시장에 이어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차례로 면담했다. 하라카 장관은 “이번 방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5G와 6G 기술을 바탕으로 양국 간 흥미로운 협력이 시작되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라카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 2021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6G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오울루대는 이 분야에서 ‘글로벌 허브’로 평가받고 있다며 “오울루대가 주도 중인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약 1000개에 달하는 기업 및 연구기관이 참여 중이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앞서 2030년 6G 생태계 조성 및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6G R&D를 위한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그 일환이다. EU는 이 프로젝트에 2026년까지 약 3359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EU는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확장해 민간 중심 6G R&D 그룹 헥사X(HEXA-X)도 출범했다. 헥사X에는 노키아와 에릭슨,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기업과 오울루대, 이탈리아 피사대 등 학계가 참여 중이다. 하라카 장관은 “헥사X 역시 노키아가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라카 장관은 한국과의 양자, 우주 기술 협력에 대해서도 기대를 표했다. 그는 “한국과 핀란드는 앞으로 이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인력 교류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며 “핀란드 정부는 관련 외국 기업이 핀란드로 사무실을 이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어와 기후가 달라도 핀란드의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싶은 기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고 했다.
핀란드는 ‘스타트업의 나라’로 불린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발표한 세계 디지털경쟁력 순위에서 7위, EU가 회원국과 주요 인접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유럽혁신지수에서 3위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수도 헬싱키에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가 문을 열었다.
하라카 장관은 “핀란드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많다”며 “이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국과 6G, 양자, 우주 분야서 협력해 더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