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오는 3월 자사 인공지능(AI) 및 개별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조직을 한데 모은 ‘뉴클라우드’를 출범한다.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클로바CIC(AI), 웍스모바일(협업도구), 파파고(번역), 웨일(브라우저) 등을 결집한다. 네이버는 이들의 역량을 합쳐 글로벌 빅테크의 아성에 도전할 거대 기술 기업을 키우기로 했다. 첫 걸음은 일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점유율 확대다.
12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달 초 클로바CIC와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웍스모바일 등을 순차적으로 흡수할 방침이다. 조직 개편과 함께 인사도 진행 중이다. 우선 지난달 30일 김유원 공동대표를 단독대표로 선임했다. 박원기 전 공동대표는 APAC(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대표직을 맡게 됐다. 네이버 사내 연구조직 AI랩을 이끌던 하정우 소장도 소속이 네이버클라우드로 바뀌었다.
뉴클라우드 출범은 네이버가 지난해 제2사옥 ‘1784′를 공개한 뒤 이뤄지는 최대 규모 조직 개편이다. 네이버는 1784 설계 첫 단계부터 이 공간을 ‘융합이 이뤄지는 기술실험장’으로 정의한 바 있다. 최수연 대표도 지난해 4월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1784를 “팀네이버 협업과 실험, 융합이 모두 진행되는 곳으로, 글로벌에서 통할 브랜드를 탄생시킬 네이버의 인큐베이터다”라고 소개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를 가교로 자사 기술∙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묶어 ‘패키지 판매’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 전 세계 10개 지역에 거점을 둔 네이버클라우드의 영업망을 활용해 웍스모바일 등 서비스를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인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그간 국가 및 지역 단위별로 이들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현지 사업자와 제휴를 맺어 사업 거점을 늘리는 전략을 취해왔다.
최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기술 강화는 네이버의 매출 확대를 위해 중요한 과제다”며 “네이버웍스(웍스모바일의 협업도구)가 일본 시장에서 SaaS 대표 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듯, 앞으로는 Z홀딩스·소프트뱅크와 협업해 새롭게 출범하는 뉴클라우드의 일본 내 사업 확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네이버가 클라우드에 AI를 결합한 SaaS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AI만 탑재한 스마트 기기로 이미 일본 시장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네이버 일본 관계사인 라인은 지난해 10월 ‘클로바 웨이브’ ‘클로바 프렌즈 독’ ‘클로바 프렌즈’ ‘클로바 프렌즈 미니’ ‘클로바 데스크’ 등 AI 스피커 판매를 종료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네이버의 클라우드 및 기타 매출은 9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등이 장악한 일본 AI 스피커 시장에서 라인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뉴클라우드의 성공을 위해 네이버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AI다. 특히 학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클로바CIC와 파파고가 지난해 각종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만 100건에 달한다. 이들 논문은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 기준 8000회 이상 피인용 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0년간 1조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왔는데, 이중 AI에 들인 금액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1784에 카이스트 AI대학원과 공동 연구 공간도 조성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베트남 하노이과학기술대학(HUST)과 현지 최초의 AI 해커톤을 열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에도 손을 뻗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하드웨어 쪽으로는 2019년부터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투자 중이다. 퓨리오사AI는 올해 1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해 AI 반도체 ‘워보이’ 양산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