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카카오팀의 다짐' 보고서 일부 발췌. /카카오

“국민 모두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단단한 소통 플랫폼이 되겠다.”

카카오가 5일부터 ‘카카오 전 국민 마음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일반 이용자 4800만명에 이모티콘 3종(영구 이용 1종, 90일 이용 2종)을 지급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의미에서다. 카카오는 이로써 최소 557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안 이행의 첫 발걸음을 떼게 됐다.

카카오는 해당 패키지를 내려받을 수 있는 페이지를 카카오톡 ‘더보기’ 탭 내 ‘카카오 나우’ 코너에 배너 형태로 걸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더보기 탭 외에 ‘톡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패키지 배포를 알릴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구 이용 이모티콘과 90일 이용 이모티콘의 소비자 가격은 각각 2500원, 2000원이다. 카카오는 이 밖에도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2종(각각 2000원, 3000원),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1900원)을 이용자들에게 추가로 제공할 방침이다.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의 경우 선착순 300만명에게 우선 지급한다.

피해를 접수한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손실 규모액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한다. 30만원 이하는 3만원,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는 5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피해액이 50만원을 넘는 경우에 대해서는 피해 입증 과정을 거쳐 추가 지원을 고려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이에 따라 이모티콘 3종(3120억원), 카카오메이커스 쿠폰 2종(2400억원),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57억원)에 더해 2억~4억원가량을 소상공인(유료 서비스 피해 635명, 무료 서비스 피해 7826명) 지원에 투입할 전망이다.

추가 피해 접수 이후 카카오의 보상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전체 소상공인 대상으로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는 캐시 5만원도 지급한다. 현재 개설된 167만개 카카오톡 채널 중 소상공인의 채널 수는 수십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전날 발표한 ‘2023년 카카오팀의 다짐’ 보고서에서 “작년 10월 15일 서비스 장애를 통해 카카오가 전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깨달았다”며 “다시는 모두의 대화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국민 모두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단단한 소통 플랫폼이 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고문(당시 대표)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대규모 서비스 장애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통 큰’ 결정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산은 무료 서비스 이용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이다. 무료 서비스 특성상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윤리적 문제도 있어 보상 과정에서 카카오와 소상공인 간 골이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카카오를 상대로 개개인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무료 서비스는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해 개인이 민법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서버 이중화를 하지 않는 등 카카오가 데이터 보안 유지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이 됐다”며 “무료 서비스를 이용한 소상공인은 소송시 카카오의 과실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서버 이중화에 대해선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고문도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만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돼 있지 않다면 그것을 다리라고 부를 수 없다. 끝까지 완성되지 않은 다리는 건널 수 없기 때문이다”며 “카카오의 (서버) 이중화도 완성되지 않은 다리와 같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잦은 시스템 오류도 난관이다. 카카오는 전날 전 국민 마음 패키지를 내려받을 수 있는 페이지를 실수로 노출했다. 정식 공개를 앞두고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게 카카오 측 설명이다. 선착순 300만명을 대상으로 지급하겠다고 예고한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을 지급받은 이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전날 오후 5시쯤 페이지가 열린 것을 알았다”며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봤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과 관련해서는 “앞서 선착순 300만명에게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추후에 대상을 늘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