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고. /연합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동거 가족 외 이용자와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는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3월부터 칠레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시범 운영한 계정 공유 요금제를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국내 도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광고형 요금제가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된 걸 고려할 때 국내에도 올해 계정 공유 수수료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OT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부터 이용자들이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해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막는다. 계정 공유 수수료를 포함한 공유 요금제를 도입해 비밀번호를 공유해 사용하는 이용자의 접속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1억명 이상이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빌린 비밀번호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임원 회의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비밀번호 공유 문제를 덮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고 했다. 사실상 계정 공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동남아·호주·뉴질랜드 콘텐츠 총괄(VP)이 25일 발표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IP 주소와 장치 ID 및 계정 활동을 기반으로 동거 가족까지만 계정 공유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IP가 아닐 경우 최대 2명과 계정을 공유하도록 허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계정을 공유하는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여러 기기에서 동일한 ID로 로그인할 때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해 무분별한 계정 공유도 차단하기로 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계정 공유 요금제를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 등 남미 지역에 시범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1일 “넷플릭스가 남미에서 진행한 계정 공유 요금제 적용을 전 세계로 확대하려고 한다”라며 “넷플릭스의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시대는 종말을 맞고 있다”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요금제와 관련해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계정 공유 추가 요금 부과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사랑방에서 방문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넷플릭스의 설명에도 업계는 계정 공유 수수료 적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업체들은 그동안 이용자 수 확보를 위해 계정 공유를 암묵적으로 방치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이용자 수 증가세가 급락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규 유료 가입자 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계정 공유를 제한해야 추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추가 가입자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기존 국내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OTT 서비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추가로 적용할 경우 기존 가입자의 42.5%가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계정을 공유 받은 사람의 46%도 계정 공유를 더는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도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요금제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당장 국내 OTT 서비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국내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섣불리 유료화를 도입할 경우 가입자 수 급감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라며 “넷플릭스가 유료화를 단행하고 계정 공유가 유료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가 아니라면 당장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