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새해를 앞두고 근무 형태 조정 협의를 진행 중이다. 100%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놀금(노는 금요일)’, ‘올 체크인 타임(집중근무시간)’ 등 제도를 시범 운영해온 카카오는 내년 정식 시행 여부를 놓고 사무실 출근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원격 근무제 ‘파일럿’ 실험에 들어간 카카오는 새해 1월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임직원의 의견을 듣고 있다. 카카오는 원격 근무제 도입 당시 근무 형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 근무제 시행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임직원 설문조사는 이미 마쳤고 사원협의체, 노동조합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임직원은 현재 전원 원격 근무 중이다. 사무실 출근은 원할 때 언제든지 가능하다. 초기에 논란이 됐던 부서원들과 상시 음성 연결 및 주 1회 대면 회의는 권장 사항으로 돌렸다. 카카오는 원격 근무와 함께 시범 운영 중인 놀금, 올 체크인 타임 제도도 운영 중이다. 놀금은 격주 단위로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해 2주에 한 번씩 주 4일만 근무하는 제도다. 올 체크인 타임 제도는 매일 정해진 시간대(오후 2시부터 5시까지)에는 임직원 모두가 업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간대에 개인 용무를 봐야 하는 경우엔 휴가계를 써야 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원격 근무를 전면 폐지하지는 않되,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달 내부 행사에서 근무 형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전 직원 출근에는 선을 긋고 충분한 적응 기간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지난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주요 서비스 장애를 겪은 뒤, 그가 원격 근무로 인한 대응 속도의 한계를 느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고 당일 카카오 내부에선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비스 복구 예상 시점에 대해 관계자들은 제각각 다른 대답을 내놨고, 아예 사태 파악이 늦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소한 일이라도 부서원들이 옆자리에 있으면 정보 공유가 확실히 빠르다”며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한 당일은 휴일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카카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아마 느끼는 게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임직원은 회사가 원격 근무와 함께 시범 운영 중인 놀금, 올 체크인 타임 제도가 유지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놀금 제도에 대해 “있던 게 없어지면 허전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 체크인 타임 제도에 대해선 “도입 초기부터 내부 불만이 많았던 만큼 조율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사내 식당. /네이버

카카오는 새로운 근무제를 구상하며 네이버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비슷한 시기에 ‘커넥티드 워크’ 근무제를 도입한 네이버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임직원이 원하는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기반으로 하는 타입 O와 원격 근무 기반의 타입 R 중에서 고르는 식이다.

타입 O를 선택한 임직원에게는 사무실 고정 자리가 배정되며, 점심과 저녁 등 식사가 제공된다. 네이버는 최근 제2사옥인 ‘1784′로 옮기면서 점심, 저녁 식사 비용을 전액 무료로 전환했다. 조식도 조식 자판기에서 뽑으면 무료다. 사내 입점한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경우, 회사가 금액의 절반 이상을 지원한다.

타입 R을 선택한 임직원은 6개월 동안 집, 카페, 휴양지 숙소 등 어디서든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다. 협업만 가능하다면 해외도 상관없다. 카카오와 달리 특정 시간대에 업무를 집중해서 하지 않아도 된다. 네이버는 R 타입을 선택한 경우도 필요에 따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공용 좌석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달 초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월부터 타입 O과 타입 R 중 어떤 형태의 근무를 하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금은 그에 맞춰 사무실 내 지정석을 재배치하고 있다”며 “각각의 타입을 선택한 비율은 아직 집계 중이지만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커넥티드 워크 근무제를 처음 도입한 지난 7월 당시 네이버 전체 임직원 중 45%는 타입 O를, 55%는 타입 R을 선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