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메모리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마이크론이 올해 4분기에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전체 직원의 10%를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깊어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매출액이 41억달러(약 5조234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고, 영업 손실은 1억달러(약 1276억원)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무려 7년 만이다.
이날 마이크론은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구조 조정 계획에 따라 자발적인 감원과 인력 감축을 결합해 2023년까지 직원 수를 약 1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임직원들에 지급해오던 상여금도 재정 긴축 차원에서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마이크론의 직원 수는 약 4만8000명 규모이며, 5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공급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부족해 재고가 늘고 회사가 가격 결정력을 잃게 됐다”며 “수요와 공급의 현격한 불일치로 인해 내년에도 1년 내내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실적의 ‘바로미터’격인 마이크론이 우려만큼이나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도 잿빛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7조9970억원으로 추정된다. 3개월 직전 추정치보다 33% 감소한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최저점을 찍는 셈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5조8000억원으로, 기존(7조8000억원) 대비 25.6%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3조9000억원)보다 58.3% 감소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조6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42.3% 줄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조8000억원) 대비 83% 급감한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날 경계현 DS 부문장(사장) 주재로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내년 상반기 위기 극복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하반기 TAI(목표달성장려금)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강력한 비용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가기로 했다.